韓, 美에 3500억달러 투자 … 1,500억달러 규모 조선협력 전용펀드 조성
농산물 시장 완전 개방에 양국 설명 차이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투자하는 조건 등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처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상호관세율을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무역 협상 대표단과 회담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한국과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소유·통제하고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택한 투자처에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투자 목적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면서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고 특히,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합의로 상호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다”고 확인하며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부과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 규모 펀드에 대해선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을 포괄한다”며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 있는 분야의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를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은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선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적일 것”이라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해 농산물 개방과 관련해서 양국은 설명에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EU는 6,000억 달러(약 8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하고 무역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