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키워드 ‘반덤핑’…철강, 법정에 서다

올해의 키워드 ‘반덤핑’…철강, 법정에 서다

  • 철강
  • 승인 2025.08.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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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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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철강업계의 키워드는 단연 ‘반덤핑’이다. 열연·후판·냉연·도금·스테인리스까지 기초 소재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무역위원회가 개시한 덤핑 조사는 총 10건. 최근 10년 사이 최대 규모다. 대상은 대부분 중국산이지만 일본산까지 확산했다. 특히 열연강판과 후판은 국내 제조업 원가 구조와 직결되는 품목이라 파급력이 크다. 조사 착수 소식만으로도 수입 구조가 흔들리고 유통 가격은 크게 요동쳤다.

조사의 칼끝은 단순히 수입재에 머물지 않는다.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대표적으로 열연강판을 둘러싸고 고로업계와 하공정업계가 다른 목소리를 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고로사는 중국·일본산 저가 열연이 내수 시장을 흔든다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원재료로 삼아 냉연·도금재를 생산하는 하공정 업계는 수입선이 막히면 곧바로 원가 부담이 커진다고 호소한다. 같은 철강산업 안에서 누군가는 ‘원고’로, 또 다른 누군가는 ‘피고’로 서 있는 아이러니다.

수요산업의 입장도 단일하지 않다. 조선업계의 입장은 복잡하다. 선박 건조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불공정 저가 수입재가 장기간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원가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겹쳐 ‘조건부 동의’라는 입장이 드러난다. 

이와 함께 건설·기계업계는 특정 규격이 막히면 오히려 수급 차질이 생긴다고 토로한다. 결국 덤핑 조사는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수요자들끼리까지 얽히는 다층적인 게임판이 됐다.

제조사들은 이번 국면을 ‘방어전’이라고 부른다. 저가 공세를 막아내는 동시에 국내 산업 보호 논리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길은 좁아지고 내수시장에는 규제라는 벽까지 겹친 상황. 이번 덤핑 조사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산업 신뢰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철강업계의 시선은 최종 판정을 향한다. 예비판정에서 기울어진 저울이 다시 움직일 수도 있고, 증언대에 선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득실이 판결을 바꿀 수도 있다. 결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판정이 산업 전반의 질서를 다시 짜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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