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비철금속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된다. 고품질의 금속 소재를 안정적으로 산업계에 공급하기에 제조업 중심 경제가 주력인 우리나라에 있어서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이처럼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산업이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철강·비철금속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장벽이 높게 세워졌다. 다른 국가, 지역에서 무역규제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과 산업안전보건, 환경 등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벼랑 끝에 몰린 국내 철강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달 또는 내달 철강산업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주도하여 고강도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감산을 유도한다고 보도하며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은 석유화학처럼 당장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업종이 아니고 이미 자발적으로 설비를 줄여왔다”며 “앞으로는 수입재 대응과 저탄소 전환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에서 그동안 취재해온 바로도 정부가 강제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을 보호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경제가 수출 고용 내수 3중고 속에 저성장 쇼크의 그림자에 잠기고 있지만 정부가 시장에 내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정부 주도로 산업 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시작될 제 15차 5개년 계획에서 철강산업을 본격적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략을 전환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노후 및 비효율 생산설비의 조기 폐기, 인수합병 촉진, 대형 철강기업 집중화, 해외시장 개척 및 생산능력 해외 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질적 성장은 그동안 상호보완적이었던 한·중·일 철강시장 구도를 삼각경쟁 심화 상태로 바꾸어 놓을 것이 확실하다.
약 10년 전에 여러 유럽 철강업체들이 더 이상 철강을 주력으로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유럽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에 대응해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인 철강부문을 줄이고 기계설비 등 고부가가치업종에 주력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제조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지금은 다시 철강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 공정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철강 산업을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 조만간 공개될 정부의 철강산업 지원 대책은 구조조정이나 단기적인 지원보다 설비 효율화와 저탄소 전환을 축으로 한 맞춤형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24시간 공정 가동이 필수인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이에 맞는 에너지 요금 감면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와트당 180원 수준으로 최근 4년간 약 80% 급등했고 주요 철강사들 에너지 비용 부담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력·용수비로 3,139억 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2,606억 원) 대비 20.5%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5,900억 원에서 6,211억 원으로, 동국제강은 735억 원에서 796억 원으로 전력비가 크게 올랐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산업계가 도저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