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리 포커스>철강, 원료공급사 중심 가격체계 다변화 추세

<포스리 포커스>철강, 원료공급사 중심 가격체계 다변화 추세

  • 철강
  • 승인 2008.10.02 09:00
  • 댓글 0
기자명 김상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 확대 노려 가격지수 도입·선물거래 움직임
공정가격 산정 의문 … 철강사들은 광산개발 박차 
 

세계 철광석 가격결정 체계

2008년 6월 23일, 중국의 상하이바오강은 호주의 철광석 공급사인 리오틴토와 분광·괴광의 협상가격을 각각 79.9%, 96.5% 인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사상 최고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인상률보다 더욱 주목을 끈 것은 브라질의 발레사와 철강사들이 먼저 계약한 벤치마크인 65~71%의 인상안을 거부한 리오틴토의 주장이 관철된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호주의 철광석 업체들은 브라질에 비해 아시아향 해상운임이 저렴하다는 우위성을 반영, 호주 철광석의 프리미엄을 요구해 왔다. 결국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 확대로 수급이 타이트한 판매자 우위 시장 속에서, 중국 철강사들이 철광석 물량 확보를 위해 리오틴토의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BHP빌리튼·리오틴토 현물시장 판매 확대

지금까지는 포스코를 포함한 일본·유럽·중국의 유력 고로사가 철광석 빅3와 가격협상을 해 최초로 결정한 가격 인상률이 벤치마크가 되고, 이후 벌어지는 다른 협상의 지표가 되는 것이 철광석 시장에서의 관례였다. 이와 같은 ‘장기 공급현상+연도별 가격협상 체제’는 수십 년간 철광석 공급사와 철강사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었다.

 최근 몇 년간 사상 유례없는 가격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철광석 공급사들은 판매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 현재의 고수익 체제를 이어 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먼저 BHP빌리튼과 리오틴토는 주로 인도와 중국 간의 거래에 의해 형성되는 현물시장 가격과 장기 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벤치마크 가격 간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현물시장 가격과 벤치마크 가격 간에는 최근 현물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FOB 기준으로 톤당 50달러 이상 차이 난다. 그래서 이들 호주의 대형 공급사들은 현물시장에서의 판매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BHP빌리튼은 지난해 총 생산량의 10%가 안 되는 1100만톤을 현물시장에 판매한 반면, 올해는 1900만톤을 현물시장에 판매해 총 생산량의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리오틴토 역시 올해 1500만톤을 현물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호주 증권거래소, 선물거래 시작할 듯

2008년 5월, BHP빌리튼과 SBB 및 메탈 블레틴에 인용된 지수를 이용해 크레딧스위스은행과 15만톤 규모의 스왑 거래를 체결했다. 크레딧스위스와 도이치은행은 중국의 수입철광석 현물가격 기준으로 산출된 지수를 이용, 계약만기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파생상품을 장외시장(OTC Market)에서 거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벤치마크에 의한 가격결정을 탈피해 연중 변동지수(Index)를 기초로 하는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시도한 것으로 가격급등에 따른 불안한 철강사들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BHP빌리튼은 기존의 벤치마크 가격은 현물(Spot) 가격 대비 매우 저평가돼 있어 시장여건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가격형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행 제도하에서는 생산자의 원가절감에 대한 인식이 낮고,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철강기업은 현물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등의 가격지수 도입 이유를 밝혔다.

 

호주 증권거래소도 2008년에 석탄, 2009년에는 철광석 선물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호주가 세계 석탄 수출 1위, 철광석 수출 2위 국가임을 감안하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고 있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에 대한 원유선물 수준의 가격결정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이들 상품에 대한 선물시장이 발달하면 가격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철광석·석탄 등 가격 보편성·대표성 확보 어려워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철광석 선물거래가 과연 공정가격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철광석이나 석탄은 품목에 따라 열량 등 품질이 서로 다르고 전 세계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가격지수 산정에도 문제가 있다. 2007년 인도·중국 간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철광석 물량은 6300만톤으로, 해상물동량 7억 7000만톤의 8.2%에 불과하다. 이런 소수의 거래량으로 지수를 결정하게 되면, 가격지수의 보편성 및 대표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소수의 철광석 공급사가 가격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하에서 만들어진 가격지수는 결함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철광석은 총 해상물동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빅3 공급사에 의해 벤치마크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지수에 의한 선물시장이 개설될 경우, 빅3 공급사가 인위적으로 가격지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금융기관들이 공급사들의 가격결정력을 상쇄하는 수준의 충분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에 브라질의 발레나 리오틴토가 가격지수에 의한 선물거래는 시기상조라고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철강사들, 광산 개발투자로 자급능력 높여

기존의 벤치마크 가격결정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형 철광석 공급사들은 현재의 수익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은 적극적인 개발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2015년까지 철광석 자급능력을 8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까지 세네갈·라이베리아·모리타니아 등 아프리카 광산을 신규 개발하고 우크라이나 광상을 증설하는 데 60억 달러를 투자, 철광석 자사 생산량을 현재의 6000만톤에서 1억 1000만톤으로 높일 예정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철강 선물이 상장되고 철광석 선물시장의 개설 움직임이 보이면서 금융시장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급사들은 그들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현행 가격결정 구조를 탈피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 원료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기호 연구위원<포스코경영연구소>


김상우기자/ksw@snmnews.com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