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정유공장 이어 중동시장 ‘충격’
두바이·러시아 대형공사 줄줄이 취소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공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63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수주공사 ‘철회’에 이어 삼성건설이 수주했던 10억달러 규모 두바이 건축공사도 전격 취소됐다. 이처럼 중동시장에서의 잇달은 사업 취소로 해외건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삼성건설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국영기업인 나킬(Nakheel)사로부터 수주한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공사 계약이 취소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 공사는 팜 주메이라 입구에 530가구의 주상복합 2동과 쇼핑몰, 백화점, 극장 등을 신축하는 복합단지 개발사업으로 공사금액이 10억8,000만달러에 달해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축공사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두바이 최고의 개발업체인 나킬의 이번 계약 취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유가 하락, 부동산가격 폭락, 관광산업 부진 등으로 두바이 경제가 악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소식은 GS건설 등 국내 4개사가 수주한 63억8,000만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공장 공사가 백지화된 지 불과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연쇄충격이 우려된다. 쿠웨이트에서의 수주 취소로 GS건설, SK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4개사는 총 63억달러 규모의 수주 잔고가 날아갔다.
이에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 테크니몽사와 공동 수주한 4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타네코사의 타타르스탄 정유공장 건설 공사도 최근 발주처로부터 계약취소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 역시 유가 하락에다 금융위기로 발주처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공사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는 사우디 얀부 지역에 짓기로 한 100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발주를 미뤘고, 1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주바일 정유플랜트의 착공도 연기됐다. 오만의 20만달러 규모의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계획도 취소됐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미 수주했던 중동지역 건설공사가 취소된 것도 문제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발주가 예정됐던 공사가 줄줄히 연기ㆍ보류되고 있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중동 건설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국내 업체들의 새로운 대응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해외건설 수주에 적신호가 켜짐에 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액인 400억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 1분기 해외건설협회에 접수된 수주금액은 81억5,4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0억3,144만달러에 비해 42% 줄어든 상태였는데, 최근 두 곳에서 발생한 취소분 74억6,0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올해 수주액은 1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방정환기자/bj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