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넘어 마케팅… 삼성전자 '글로벌 신(新)승부수' 쏘다

기술 넘어 마케팅… 삼성전자 '글로벌 신(新)승부수' 쏘다

  • 철강
  • 승인 2009.10.14 09:01
  • 댓글 0
기자명 웹데스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非공대' 최지성 사장 체제 후 '품질의 삼성'에서 '이미지'로
마케팅에 年6조8000억 쏟아 "일류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삼성전자는 올 6월 전략 휴대폰 '제트폰'을 사상 처음 전 세계 50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지역별 거점 도시인 런던·두바이·싱가포르 등에서는 동시에 제품설명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국내에서 제품을 출시한 뒤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미국→유럽→동남아 등 순서로 제품을 확산시키는 '틈새' 전략을 사용해왔었다. 그러나 제트폰의 경우, 막강한 마케팅 네트워크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에서 동시 출시하는 '전면전'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한 달 만에 이탈리아·멕시코·남아공 등 20여개국에 추가로 진출, 제품 판매 국가를 70여개국으로 늘렸다. 이만큼 단기간에 전 세계로 확산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일. 공급망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세계 휴대폰 1위 기업인 노키아도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포츠 마케팅계의 '큰손'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포함해 20년 동안 세계 스포츠의 축전인 올림픽 경기를 후원하고 있다. 또 영국 프로축구의 자존심인 첼시 구단을 2013년까지 연장 후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04년 경쟁업체인 노키아를 제치고 첼시 후원을 따냈고 최근에 연장 계약도 했다.


▲ 삼성전자는 영국 프리미어 축구 리그의 최고 명문 구단인 첼시 구단을 후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5년 매년 200억원씩 첼시를 후원한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적잖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마케팅 사례로 꼽히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마케팅 기업?

삼성전자가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품질의 삼성'이라는 슬로건대로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업으로 분류돼 왔다. 매년 매출액의 8~9%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반도체나 LCD 분야에서 미국·일본의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적인 기술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2~3년 삼성전자에 미묘한 전략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마케팅 비용 지출은 본사 기준으로 2005년 1조9065억원에서 작년에는 4조7106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해외 법인에서 별도로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무려 6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는데도 불구,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의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위기 속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2위와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지난 7월 CEO 메시지에서, 또 같은 달에 열린 해외 지법인장 회의에서도 "시장점유율을 갉아먹으면서 이익을 내는 것은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을 버리는 것과 같다"면서 마케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했다.

글로벌 기업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영입도 부쩍 늘고 있다. P&G 출신의 심수옥 전무가 TV 브랜드마케팅을 총괄하고 있고,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출신인 이영희 상무는 휴대폰 해외마케팅을, 존슨앤드존슨·켈로그 등에서 근무했던 이종석 전무가 글로벌 마케팅 실장으로 핵심 요직에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순혈주의'가 강한 삼성전자에서 주요 부문 마케팅 책임자를 외부에서, 그것도 비(非)IT 분야에서 스카우트한 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최지성 사장이 20여년 만에 처음 비(非) 공대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CEO에 오른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최 사장은 '디지털 보부상'이라고 불릴 정도다.



 ◆삼성,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변신 중

삼성의 마케팅 비용 지출 규모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본지가 2008년 브랜드 가치가 높은 상위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광고비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는 코카콜라·도요타·디즈니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IT업계에서 강력한 마케팅으로 명성이 높은 마이크로소프트·인텔·HP 등을 이미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마케팅을 강화하는 데에는 최근 2~3년 사이 부품인 반도체와 LCD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소비제품인 휴대폰과 TV가 호조를 보였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여기에는 최 사장의 마케팅 전략이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중시하는 일류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하는 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는 "기업이 처음에는 가격으로 경쟁하다가 이어 품질→브랜드로 경쟁한다"면서 "삼성은 이미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 최고의 이미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웹데스크/desk@snmnews.com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