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의 패러독스', 불황기일수록 유통업체 수 증가

'철강의 패러독스', 불황기일수록 유통업체 수 증가

  • 철강
  • 승인 2010.11.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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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오주연 jyoh@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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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못 이겨 자기사업으로 독립

 #1. 올해는 죽을 맛이다. 수요자들이 싼 물량만 찾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제 값에는 물건을 팔 수가 없다. 철강 종사한 지 2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가격은 낮아져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고 시장 전체가 얼어있어 옆 집도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회사 꾸리면서 영업이익이 한 자리 숫자라니! 업체 관계자들끼리 만나면 서로 앓는 소리하기 바쁘다. 

 #2. 오늘도 헛걸음만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여우같은 수요처 사장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격을 빼려고 초짜 영업사원인 나를 요리조리 잰다. 가격을 낮게 해서라도 물건을 주려고 하면 회사 상무님에게 "누가 마음대로 가격 빼주래?!"라며 불호령을 받을 게 뻔하다. 아, 회사 가기 싫다.

 2010년도 한 달 남았다. 올해 열연시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상중하저'였다. 3~4월에는 가수요가 소폭 생겨나 그럭저럭 수익을 창출했지만 하반기는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었다.

 열연 스틸서비스센터(SSC)들은 현재 공장도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형성된 유통가격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속한 영업 사원들은 회사 눈치보랴 수요자들의 눈치보랴 힘에 부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의 수는 증가할까, 감소할까? 역설적이게도 업체 관계자들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대답한다.

 부산경남 지역의 업체 한 관계자는 "시황이 어려울 때 소규모 유통점들은 더 늘어난다"며 "실제로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2,3차 유통업체들은 더 증가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나와서 자기 회사를 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연SSC에 십 수년 종사했다가 자기 사업을 차린 업체 한 사장은 "자금력이 크게 필요가 없고 철강업이 사실 특별한 스킬(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사업은 불경기에 하는 게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얘기했다.

 호황기에는 제강사 등으로부터 물량을 받기 어렵지만, 불경기에는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경기에 매출을 올리지 못해 과한 업무 압박에 이기지 못한 종업원들이 사업을 차리는 경우도 이런 불경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문을 닫고 폐업하는 경우가 당연할 것 같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는 철강업에서나 볼 수 있는 역설이다.

 이율배반, 역설이라고 일컫는 '패러독스'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흐름과 반대되는 결과를 나타낼 때 쓰인다. 사전적 의미로는 참된 명제와 모순되는 결론을 낳는 추론으로 정리된다.

 '철강의 패러독스'. 유쾌하지는 않은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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