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양심을 팔진 않으리라”

“기자로서 양심을 팔진 않으리라”

  • 철강
  • 승인 2011.12.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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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문수호 shm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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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호 기자
  취재를 다니다 보면 시장에서 별별 소문을 다 듣게 된다. 물론 이런 소문에는 근거를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때로는 단지 소문만을 갖고 ‘카더라’ 통신을 쓰는 기자도 보았지만, 기본적으로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다.

  최근 철강업계 모 인터넷 매체의 기자가 해당 업계에 속한 업체들이 새로운 경쟁자 출현에 6일 대책 회의를 했다는 기사를 썼다. 필자도 나름 해당 업계를 대표하는 기자라는 의식이 있어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를 확인하고자 각 업체에 연락을 취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모든 업체들이 그런 회의를 가진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그 소식에 당혹해하고 화를 내는 업체도 있었다.

  가장 먼저 연락했던 A사 포스코 담당자는 휴가였고, 담당 임원은 입원 중에, 담당 팀장은 임원을 보러 병원에 가 있었다고 한다. B사는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해봤는데 그런 사실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C사에는 기획조정팀의 팀장에게 연락했는데 역시 아는 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들 업체에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의 판매 담당자에 연락을 취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런 회의가 있었나요?” 라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업체 관계자들이 서로에게 전화해 확인까지 해봤다고 한다. 한 업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렇게 모이는 행위에 대해 담합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소문에 낚여 기사를 썼다가 낭패를 봤던 적이 있다. 그래서 기사에는 좀 더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의 경우 과연 기사의 내용이 거짓일까? 아니면 취재원들이 모두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한 두사람이 아닌 여러사람, 다시 말해 필자와 연락한 모든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내용을 모르거나 거짓말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기사를 쓴 기자에게는 내용을 말해주고 이제껏 업계를 출입해왔던 나에게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판단이 이런 기사를 작성하고 게재하도록 만들었는가 더욱 의문이 간다.

  인터넷기사 특성상 틀리면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 해당 기자를 이렇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기자로서의 본분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웃지못할 일을 당하면서 기자로서 스스로 한 점 부끄럼 없는 기사를 쓰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뿐만 아니라 지나친 욕심 또한 스스로 경계해야 일임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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