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활성화에 ‘하얀 석유’ 리튬 가격 급상승

전기차 활성화에 ‘하얀 석유’ 리튬 가격 급상승

  • 비철금속
  • 승인 2017.03.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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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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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혼다 10년 전부터 대응 준비...국내 기업도 차세대 상품·서비스 마련해야

 전기차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하얀 석유’ 리튬의 가격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와 혼다가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들과 같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하세가와 요시유키 담당은 “스마트폰 배터리 등으로 사용되는 희귀 금속인 리튬의 가격이 급상승해, 2016년 여름부터 일본의 상업회사나 전지부재 제조회사 등의 조달 담당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요시유키 담당에 따르면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말까지 약 1년 반 동안 리튬의 거래 가격은 3.5배로 치솟아 현재도 그 가격을 유지 중이다.

▲ 탄산리튬의 거래 가격 추이. (사진=닛케이트렌디)

 이와 같이 리튬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전기자동차 대기업 테슬라모터스 등에서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년 출시 예정인 소형 세단 ‘모델 3’의 수주 호조, 테슬라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미국에 건설 중인 테슬라 합작 자동차 배터리 공장의 가동을 앞당겨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전 세계적으로 EV 및 배터리 생산 기업이 잇따라 등장해 리튬 쟁탈전이 발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리튬 수요 급증으로,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EV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심각한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EV와 PHV의 보급을 거국적으로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에코자동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대중교통 버스에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를 시작해 자동차 전지용 리튬 조달이 급증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EV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성장률 50% 이상으로 세계 최대의 EV 시장으로 성장했다.

 리튬은 런던금속거래소(LME) 등의 공개시장에서 거래가 불가한 소재라는 특이성 자체도 가격 상승의 이유로 작용했다.

 LME에서 공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금·구리·니켈과 같은 비철금속류와 달리, 리튬은 이른바 상대 거래 소재로서 총 수요 증가가 완만했기 때문에 리튬 가격은 안정적인 추세로 비공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었으나, 최근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 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2015년 세계 리튬(탄산리튬 환산) 총 수요는 17만 톤으로, 그 중 6만 톤이 리튬이온 배터리용이다. 5년 후 2020년에는 총 수요가 28만 톤이 되고 그 중 16만 톤이 배터리에 쓰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대로 상승이 계속되면 스마트폰, PC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자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사물인터넷이 일반화돼 보급되는 경우 배터리 수요 증가가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도 존재한다.

▲ ‘Assembled in China’라 적혀 있는 iPhone 장착 리튬이온 배터리. (사진=코트라)

 최근 리튬 가격 상승의 원인을 확인해보면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EV의 본격 보급을 앞둔 자동차 산업으로, 리튬은 지금 EV 에너지원이며 희소성이 높아 ‘하얀 석유’로 불리고 있다.

 일본 대표 자동차 대기업 도요타와 혼다는 ‘하얀 석유’ 리튬에 대한 대책을 일찍부터 준비해온 상황이다.

 10년 전 도요타는 향후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미칠 자원을 여러 기준(편재성, 대체성, 생산국가의 정치적 리스크 등)에 맞춰 검토한 후 리튬을 선정, 자동차의 전기화에 필요한 배터리와 모터에 희토류와 리튬이 사용될 것과 리튬의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했다.

 그룹 내 종합상사 도요타통상은 발 빠르게 움직여 2012년 아르헨티나 북서부 개발 허가를 얻었고, 호주의 광산회사 오로코브레와 합작회사를 설립 2016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개시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카(HV)에 리튬이온 배터리만을 사용 중으로, 배터리 조달이 쉽지 않을 상황과 리튬이온 배터리가 산업폐기물로 처리돼 폐기비용 등이 발생할 우려로 2015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회수하고도 수지가 맞지 않는 탓에 리튬이나 니켈 등의 금속 회수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이스 등 다른 부품도 모두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킨 후 분해, 세척 등을 하는 방식으로 하는 사업은 아직까지는 미정이다.

▲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의 주요 쓰임새. (사진=DOWA)

 요시유키 담당은 “도요타의 선견지명과 용의주도함, 혼다의 재활용 전략 등 자원 위기 시의 일본 대기업의 대처 방안을 국내 기업 역시 참고할 만 하다”며 “도요타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 분석 후 자원 원산지를 신속하게 확보한 것은 참신한 사업 전략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하다. 향후 신흥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자원 쟁탈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끊임없는 검증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물 자원이 유한한 만큼 경쟁 격화도 예상된다. ‘도시 광산’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재활용에 대한 의식과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혼다의 재활용은 배터리 조달과 처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책이다. 기업은 재활용을 수지가 안 맞는 사업이라 단정 짓기보다 비즈니스 기회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시유키 담당은 “‘지금 산업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는 생각은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모든 업계가 가져야 하는 위기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세기 전 미국 포드사가 내놓은 ‘포드 T형’ 양산형 가솔린 자동차로부터 100년이 지나, 지금은 ‘휘발유를 연료로 엔진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전기를 연료로 모터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로 바뀌는 대변혁의 태동기이다.

 그러나 EV가 주역이 되는 미래에는 테슬라와 같은 신생 기업이 지속 등장할 수 있으며, 타 업종의 진입 때문에 도요타나 혼다 같은 기존 자동차 회사도 편히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시유키 담당은 “국내 기업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AI, 로봇,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산업이 이끄는 산업혁명의 태동기에 있음을 인식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펼쳐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쌓아온 강점 기술을 다시 검토하고, 차세대가 요구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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