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업계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에 독?

뿌리업계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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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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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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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특성상 노동시간 축소 어려워...노사 자율 협약에 맡긴 일본 사례 참고해야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적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들이 부족한 인력을 신규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청년실업을 비롯한 일자리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 20일 2019년 1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21년 1월부터 300인 미만 기업에서 1주일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기자회견. (사진=중기중앙회)

이에 뿌리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박성택)는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현재 논의 중인 국회 단축안은 지난 2015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안까지 무시하고, 경영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내용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박순황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형산업의 경우 납기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국회의 단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금형업체 상당수가 폐업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금형업체들이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금형업체들이 수요처가 원하는 시기에 납품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박순황 이사장.

박순황 이사장은 “금형의 경우 최소 7년은 현장에서 일해야 주야 2교대가 가능하다. 품질과 납기를 동시에 맞추면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장근무가 불가피하다. 국회의 단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뿌리기업 노동자들은 있던 일자리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도 산업별로 상황이 다른데다 금형업계 노동자들이 국회의 단축안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들지만, 자칫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노동시간을 노사 자율협약에 맡기고 있고, 노사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는다.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본처럼 노사 자율협약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뿌리업계에서도 인정하지만 노동계에서도 자체적으로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박권태 전무.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박권태 전무는 “중소기업들이 무작정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현재 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과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뿌리업계의 공정 특성도 어느 정도 감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권태 전무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노동계 내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다. 왜냐면 다소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시간 노동을 해서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도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를 법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납기’를 생명으로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업종별로 차별화된 노동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노동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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