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서 밀어낸 청산강철 STS, 韓이 거두나?

美-中서 밀어낸 청산강철 STS, 韓이 거두나?

  • 철강
  • 승인 2019.06.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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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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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印尼 청산강철-ATI 합작사업 물량 막아
中, 印尼 청산강철 물량 20.2% AD 잠정 판정
美-中서 막힌 印尼 청산강철, 韓 부산 진출 타진

중국 청산강철 STS가 국내 합작법인으로 부산 진출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에서 막힌 인도네시아 청산강철 스테인리스 스틸 물량이 한국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STS업계와 한국철강협회, STS 노조 등은 중국 청산강철의 국내 50:50 합작 STS 냉연공장이 부산시에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빠르게 성명서를 내고 적극 저지 의사를 피력하는 한편 홍보활동과 결의대회를 통해 적극적인 진출 반대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STS업계 관계자들의 청산강철 진출 반대 이유는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기반 산업 외자 유치를 개별 지역 실적 달성 관점에서 진행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점과 ▲국내 STS산업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중국 업체의 진출로 관련 산업이 고사(枯死)가 우려된다는 점 ▲보호무역 주의 강화 흐름 속에 우리나라가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STS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청산강철 합작법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TS 물량을 쏟아내면서 결국 올해 중국마저도 인도네시아산 STS에 대해 반덤핑(AD) 잠정 판정을 내렸다"면서 "중국 청산강철과 국내 길산파이프의 합작법인이 부산시에 들어선다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미국으로도 가지 못하고, 중국마저도 밀어내는 인도네시아 청산강철 물량을 한국이 받아주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美-中에서 막은 印尼 STS, 韓이 숨통 틔워주나?

사실 이미 인도네시아 청산강철의 STS 물량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청산강철의 본국인 중국에서도 최근 AD 잠정 판정을 내려 인도네시아 청산강철 물량을 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산강철이 국내 부산시에 합작법인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가 수출길이 막히고 있는 인도네시아 청산강철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인도네시아 청산강철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수입하는 일부 STS 제품에 덤핑 혐의를 인정하는 잠정 판정을 내렸다. 중국 상무부는 공고에서 한국, 일본, EU,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수입 STS 반제품과 열간압연 제품의 덤핑과 자국 산업의 손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잠정 판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판정은 올해 7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스테인리스 스틸 업체인 ATI(Allegheny Technologies Incorporated)가 인도네시아 청산강철에서 수입하는 STS 슬래브 원소재에 대한 미국 당국의 관세 면세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ATI는 지난해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중국 청산강철 계열사와 50:50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 합작 법인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청산 강철의 합작 법인 공장에서 연간 30만톤의 STS 슬래브를 원재료로 공급받아 펜실베이니아 주 앨러게니 카운티(Allegheny County)의 미드랜드 및 브래큰리지(Brackenridge) 공장에서 열간압연과 냉간압연을 거쳐 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등 국가에서의 철강 제품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ATI와 청산강철의 합작법인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이에 ATI는 이 STS 슬래브에 대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수입 관세를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ATI의 수입 관세 면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미 지역의 주요 스테인리스 스틸 제조업체 세 곳인 오토쿰푸(Outokumpu), AK스틸(AK Steel) 및 NAS(North American Stainless) 등은  ATI가 제출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관한 예외 신청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들은 ATI가 필요로 하는 STS 슬래브를 자신들이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ATI가 인도네시아 청산 강철 공장이 생산한 STS 슬래브를 수입하기 위해 25%의 관세 면제를 요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커지는 中 우회 수출기지 '전락' 우려

국내 STS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에 중국 청산강철과 길산파이프의 합작법인이 들어선다면 결국, 중국과 미국 양측에서 밀어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청산강철 물량을 한국이 해소해주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중국발 공급과잉 물량의 우회 수출기지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미 베트남도 중국산의 우회 수출기지로 낙인찍혀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로이터는 미국과 중국이 맞관세 조치 등 무역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중국 제품을 베트남산으로 속여 수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트남 관세청은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목재, 직물, 해산물, 농산물, 타일, 꿀 등의 원산지를 불법적으로 바꾸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관세청은 이처럼 일부 중국 업체가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에 수출해 이를 베트남산으로 다시 포장한 후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런 위법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철강 등 중국 제품의 베트남산 둔갑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의 미국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미국의 수입 대상국으로 베트남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베트남을 우회 수출 기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미국의 1분기 수입국 순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입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국가는 베트남으로 40.2%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량은 18.4%가 늘었다. 베트남에 이어 2번째다.

이에 STS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이처럼 중국 우회 수출 기지로 주목받고 불이익이 우려되는데 청산강철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중국 철강 제품의 우회 수출 기지 낙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청산강철의 부산시 진출 움직임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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