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국내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산업이다. 산업의 가치사슬망 규모가 상상 이상이며 철강, 비철금속, 기계,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철강 및 비철금속 내수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평택 반도체 라인 증설 투자가 국내 금속 소재 수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들의 국내 투자가 토지보상 등 각종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발주를 기다리던 수 많은 업체들의 발이 묶여 있다고 한다. 한 비철금속 제조업체 임원은 “적어도 반 년 이상 지연되면서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내년으로 넘길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요즘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지연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9년 개발계획이 발표됐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총사업비 120조원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클러스터 조성지역에 공업용수 관로 설치와 관련해 지자체의 반대에 부딛혔으며 지장물 및 문화재 조사도 제자리걸음이다. 산업부가 부랴부랴 용수시설 설치 문제 해소를 위해 나섰지만 각종 인허가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투자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양 대기업은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동안 1,921억달러를 들여 반도체공장 11개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SK그룹도 반도체를 포함해 미국에 총 29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들의 움직임에 소재·부품·장비 등 협력업체가 동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들이 기업의 사활을 걸고 미국에 투자하려는 것은 핵심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임과 동시에 국내 투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 투자는 본격적인 논의가 오간 지 약 1년 만에 주요 절차가 마무리됐고 상당한 규모의 세제 혜택도 제공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얼마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하며 반도체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지원 규모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에게는 이윤 논리가 가장 우선되기 때문에 이들의 미국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래도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투자를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수많은 중소기업에게도 낙수효과가 미쳐 이로 인한 선순환 경제 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