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색 황금 '리튬'을 잡아라 (하)

(기고) 백색 황금 '리튬'을 잡아라 (하)

  • 비철금속
  • 승인 2023.0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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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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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일명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사 간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 중 하나다. 전기차 시장과 함께 배터리 수요도 크게 늘면서 리튬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소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가 앞으로 3회에 걸쳐 리튬에 대해 얘기한다. 강 교수는 최근 “이차전지 산업의 시장 분석 및 핵심 원료 확보 방안 연구”를 했으며,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한반도 지하자원, 자원을 선점하라, 자원강국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편집자주>  


핵심 광물 확보 못하면 미래 없다

세계 각국은 지금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배터리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해외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매년 평균 약 2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1년 25조원 규모였던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같은 기간 169조원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는 큰 수준이다. 지난해 1~11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68조3,000억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보다 65% 늘어난 435대로 조사됐다.


 

강천구/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br>
강천구/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세계 배터리 업체 1위는 중국 CATL이다. CATL의 매출액은 130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이 30.4%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에 올랐음에도 매출액이 58억4,000만 달러로 1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위와 4위는 중국 BYD(38억3,600만 달러, 9%)와 삼성SDI(29억8,000만달러, 7%)이다 이어 일본의 파나소닉(21억5,000만 달러, 5%)과 SK이노베이션(20억7,000만 달러, 5%)순이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치면 총 매출액은 108억9,00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25.5%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앞으로 5개 상위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 설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핵심은 리튬이다. 전기차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의 약 4000배에 달하는 리튬이 필요하다. 


MB정부 때 성과 적폐로 몰아... 국가 손실 엄청나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중심으로 포스코. 삼성물산. LG상사. GS에너지 등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해 해외 리튬 개발에 나섰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6월 광물공사와 GS에너지. LG상사 등이 현재 포스코가 진출해 있는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리튬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이 진출한 옴브레 무에르트 리튬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 유일하게 개발 중인 곳으로 일본, 중국도 당시 손을 뻗지 못했다. 여기서 한국은 지분 30%를 확보했다. 리튬 최대 생산국인 칠레에서도 광물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2010년 11월 진출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칠레 NX우노 리튬 개발 사업은 매장량이나 개발 여건이 모두 우수해 당시 계획으로는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리튬을 갖고 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물은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 정치 논리에 휘말려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그 여파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돌아 왔다.  
최근 전기차 등 신산업의 성장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으로 리튬을 포함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광물자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등 자원 보유국들이 광물을 무기화 또는 국유화하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자원 확보에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림 같은 대책만 있을 뿐 실현 가능한 방안이 잘 안 보인다.
리튬을 포함한 핵심 광물자원의 무기화가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하는 데 한국만 나 홀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광산 지분을 대거 매각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자원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대규모 해외 투자가 만성적자 늪에 빠진 결과 이를 전면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는 자원 확보전에 투자를 늘리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결정으로 해외 광산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해외 광구 매각에 나서고 있어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산업부는 아직도 지난 정부의 해외 자산 매각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 소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해외 자산 15개 중 13개는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처분을 잠시 보류한 곳은 세계 3대 니켈 광산인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과 파나마의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등 두 곳이다. 정부가 자원공기업의 해외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건 투자 대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광물공사는 2021년까지 15개 광산에 누적으로 총 43억 4900만 달러를 투자해 5억 7800만 달러를 회수하는데 그쳤다. 투자 대비 회수율은 13.2% 수준이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경영 관리 미숙이다. 다시 말해 전문적 자산 관리를 못하고 있다. 2020년 광물 가격이 서서히 상승 추세에 있는데도 알짜 광산인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을 매각해 버렸다. 
광물공사는 지분 30% 전체를 캐나다 캐스톤 마이닝에 1억5,200만달러에 매각하면서 투자 원금의 40% 상당을 손해 봤다. 매각도 매각이지만 구리 확보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처분했다는 게 더 말문이 막힌다. 이뿐만 아니라 2020년 7월에는 생산 중인 호주 스프링베일과 앙구스플레이스 유연탄 광산의 보유 지분 25%를 운영사인 태국 센터니얼사에 조건 없이 양도해 버렸다. 두 광산의 생산 기간은 각각 18년, 6년 남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약 1억톤의 유연탄을 수입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까지 세계 석탄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시장 급변으로 석탄 퇴출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독일 폭스바겐은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전력 공급을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석탄발전소의 가동 시점을 연장할 계획이다. 중국은 석탄 제품에 붙는 관세 3~6%가량을 당분간 면제키로 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유연탄 확보를 위해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도 차츰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와 광물 92.5% 해외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연탄을 포함해 광물을 가격에 관계없이 확보해야 한다. 이유는 에너지와 광물 92.5%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해외 광산을 개발하는 목적은 자원이 필요해서다. 그래서 광산을 사고파는 거래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우리의 광산 개발은 국내 산업에 필요한 품질 좋고, 양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함이다. 이것이 우리 산업과 경제를 성장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자원은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자원 가격이 높을 때만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막상 가격이 떨어지면 안심이라며 정책 하위 순위에 놓는다면 과거 10년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심 광물 개발과 공급망 확보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10년 전 민관이 협력해 핵심 광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에 나선 것처럼 다시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필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먹거리는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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