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 갈등, 주총 표대결 결과는?

고려아연-영풍 경영 갈등, 주총 표대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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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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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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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주총…배당금 지급 원안 62.17% 찬성 통과  

정관 개정도 절반 찬성 얻었지만 특별결의 요건 못 미쳐

최윤범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제련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

75년 동업 역사상 처음으로 동업자 가문 간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 된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별로 찬반이 엇갈렸다. 결산 배당금 지급 안건은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가결된 반면에 정관 개정 안건은 영풍의 의견대로 부결됐다.  

19일 오전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개최된 제50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뤄진 핵심 안건은 ‘현금 배당안’과 ‘정관 변경의 건’이었다.  

주주 90.31%가 참석(위임 포함)한 이번 주총에서 1호 의안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참석 주주의 62.74%의 찬성으로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1호 의안에는 기존 주당 1만원의 배당을 5,000원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영풍 측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며 1만 원을 요구해 왔다. 고려아연은 이미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과 주주환원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오히려 과도한 배당은 회사의 건전성 및 미래성장을 저해하여 투자자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총 이전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배당 안건에 대해서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캐스팅보트’로 큰 관심을 받았던 국민연금도 원안에 찬성하면서 참석 주주들은 61.4% 높은 찬성률로 원안을 통과시켰다.  

정관 일부 변경의 내용을 담은 2호 의안의 세부 안건들은 모두 통과됐으나, 주식 발행 및 배정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2-2호 의안,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은 첨예하게 논쟁이 이어진 끝에 주주 절반 가량의 찬성을 얻었음에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⅔, 발행주식 ⅓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국 부결됐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2%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들이 100% 출석했더라도 특별결의 기준에 따른 가결이 어려웠던 상황이다.  

정관 변경안은 국내 법인에 대해서도 ‘제3자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고려아연 정관은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 법인도 유상증자 참여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게 고려아연 측 계획이었다. 이에 영풍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지분은 희석돼 영풍측 지분율이 줄어들고, 고려아연측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주주들의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심 안건이 양측의 의견대로 절반씩 통과됐고 이사 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번 안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이 포함됐는데, 두 사람 모두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이사 선임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최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각각 맡아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총 표대결을 계기로 양 가문의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영풍은 주총이 끝난 후 “영풍은 故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 가문이 대대로 이어온 양사 간의 ‘자율경영’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며 “고려아연과 유기적인 협력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로 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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