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침체로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생존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비수기로 인해 전반적인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 물량은 감소하지만 중국산 저가 수입 물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 일부 철강사들도 중국산 수입재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실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와 정부의 대책은 주요 선진국들이나 신흥국들에 비해 미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전 세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미국은 직접 수입 물량 뿐만 아니라 멕시코 등을 경유한 우회수입 물량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EU 또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가며 아시아산 저가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중남미 국가들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했고, 최근에는 대만과 베트남, 태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 또한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부 업체들이 반덤핑 제소를 실시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철강업계 전체로는 그다지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국내 산업계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향해 정부가 직접적인 무역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국보다 대중 의존도가 훨씬 높은 대만과 아세안 국가들도 적극적인 수입 규제를 시행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무역 규제에 손을 놓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맞불조치를 취했을 때 방법이 없으니 무대응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입 규제가 반드시 관세 인상일 필요는 없으며, KS를 포함한 품질 인증 규제 외에도 무역 장벽을 공고히 할 방법은 많다.
실제로 국내 상하수도에 주로 설치하는 맨홀뚜껑의 경우 일반적인 KS나 관세 등이 없지만 환경 관련 인증 및 직접생산 규제 등을 통해 국내 주조업계의 시장으로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철강 또한 기존 수입 규제 외에도 국내 시장을 보호할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모두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업계만 손 놓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이제부터라도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무역 규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