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청백리(淸白吏)’는 죽었는가?

황병성 칼럼 - ‘청백리(淸白吏)’는 죽었는가?

  • 철강
  • 승인 2024.12.09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백리(淸白吏)’는 직역하면 맑고 흰(淸白) 것 같은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청렴결백한 관리의 줄임말이다. 즉, 절대로 부정부패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관료와 정치인을 뜻하는 단어다. 조선시대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정의된다. 이 청백리는 의정부에서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에게 내려졌다. 관리들은 이 호칭을 받는 것을 대단히 큰 영예로 여겼다. 그래서 1대가 청백리 되는 것이 3대가 영의정 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황희 정승이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호칭은 근대에 와서 ‘청백리 상’으로 바뀌었다. 1981년에 제1회 청백리 상을 제정해 6명의 공무원에게 첫 시상을 했다. 그 후 1982년에는 3명, 1983년에는 5명, 1984년에는 3명, 1985년과 1986년에는 대상자를 발굴하지 못했다. 1987년에는 4명의 수상자를 선발하는 등 총 5회에 걸쳐 21명에게 청백리 상을 수여했다. 이 상의 제정은 이유가 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청렴·정직한 봉사자세로 공직사회에 귀감과 사표(師表)가 됨으로써 후세까지 길이 전해질 수 있는 공직자상을 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청렴(淸廉)은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단어다.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을 탐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청렴이다.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단어가 결백(潔白)이다. 행동이나 마음씨가 깨끗하여 아무 허물이 없는 이 말의 뜻은 청렴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이 단어의 뜻이 지금 정치인들과 동떨어진 이유는 왜일까? 그들은 평소 선거 때만 되면 간이라도 빼 줄 정도로 낮은 자세로 임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교만한 정치가로 돌변한다. 범법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유난히 배신감을 느낀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그렇다. 세비를 축내는 공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회 행태를 보면 세비가 너무 아까울 정도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으로만 하 세월이다. 이 같은 행태로 국회의 신뢰도가 바닥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쟁에 몰두하는 바람에 국민에게 필요한 민생·경제와 관련한 각종 법안이 수두룩하게 계류 중이다.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 더 분통을 터트릴 일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아예 신경도  써지  않는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이 꼽힌다. 반도체 관련 특별법은 여야를 통틀어 8건이 계류 중이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은 야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반대하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역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 상정만 하고 심사조차 하지 못했다. 이 특별법은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 는 산업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러한 파행 중 황당한 일은 자신들의 세비를 셀프 인상한 것이다. 여·야가 만나면 싸움으로 분탕질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이견이 없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합의 정신이 왜 다른 곳에서는 발휘되지 않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니 우리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낙제점이다. 그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뒤에서 세 번째라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중요한 민생·경제 법안은 뒷전인 채 여·야 간 정쟁만 벌이고 있으니 신뢰가 땅으로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 결과에 국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청백리 칭호를 받으면 후손들에게도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음서의 특전이 주어졌다. 하지만 당시 조선의 풍토는 음서로 관직에 오른 것 자체가 ‘실력이 없는데 조상 뒷배를 받았다.’며 수치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니 청백리를 낸 명문가에서 음서로만 관직에 오른 자가 나올 경우, 좀 극단적으로 ‘잘난 조상 아래에서 개X끼가 나왔다’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음서로 관직을 얻었어도 열심히 공부해 과거 시험을 통해 당당하게 관직에 올랐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의 위치를 뒷배로 각종 권력형 불법을 일삼는 요즘 정치인들과 비교된다. 청렴과 결백의 의미는 동색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이 뜻을 온전히 실천하기 위한 혁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도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