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기술 장벽을 뛰어넘은 쾌거

견고한 기술 장벽을 뛰어넘은 쾌거

  • 철강
  • 승인 2025.07.21 06:05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한가로운 주말 오전에 포스코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포스코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파드힐리(Fadhili) 가스 플랜트 증설사업’에 HIC(Hydrogen-Induced Cracking) 인증 에너지 강재를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은 단순히 수출을 성사시킨 것이 아닌 그동안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던 기술 장벽 높은 시장을 뛰어넘었다는 쾌거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철강 기술이 전통적인 유럽 중심의 초정밀 에너지 인프라 시장의 문을 드디어 열어젖힌 사건이다.

HIC 강재는 말 그대로 수소에 의해 금속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 강재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추출·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는 강재 내부에 스며들어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균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고압의 파이프라인이나 압력용기 같은 장비에서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강재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아람코는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기준(NACE TM0284 이상)을 요구해왔고, 오직 9개 글로벌 철강사만이 이 문턱을 넘었다. 그 명단에 드디어 포스코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포스코의 HIC 강재는 기존 제품에 비해 미세균열 저항성이 뛰어나고, 고온·고압 조건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이 실현되기까지 수년간의 개발과 수백, 수천의 테스트가 이어졌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단 한 번의 미세한 균열도 용납되지 않는 정밀함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포스코를 넘어 대한민국 기술의 신뢰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람코는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경제를 지탱하는 국영기업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이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스코의 이번 수주는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앞으로 국내 철강 생태계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하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실제로 파드힐리 프로젝트 초기에는 배관과 압력용기 제작사로 유럽 업체들이 검토됐었는데 포스코가 강재를 공급하게됨에 따라 제작사들도 국내업체로 변경됐다고 한다. 포스코가 HIC 강재를 공급해 세아제강과 현대스틸파이프이 라인파이프를 제작하고, 이음부와 피팅은 태광, 압력용기는 범한메카텍이 맡는다. HIC 강재의 국산화가 단순한 소재 수출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중공업 공급망사슬에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중동의 에너지 시장은 서구권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에너지 자원은 중동국가에 있지만 이를 개발하는 기술 노하우는 이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포스코는 유럽 중심의 고부가 철강 시장에서 기술 기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K-스틸 나아가 K-제조업의 자존심을 높인 또 다른 성취이고 철강 제조기술이 세계적 표준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또한 고부가가치 철강소재 하나가 전체 산업의 공급망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 교과서적 사례로도 평가할 수 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예전 포스코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이를 한자로 표현하면 정중동(靜中動)이라 할 수 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세상과 함께 서서히 천천히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 철강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굳건한 기술력과 품질을 통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항상 주목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