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구리 이야기(下)-구리산업의 미래

황병성 칼럼 - 구리 이야기(下)-구리산업의 미래

  • 철강
  • 승인 2025.07.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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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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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산업 미래는 아름다운 장밋빛이다. 요리를 맛있게 하는 양념처럼 각종 산업에 필요한 소재로 그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구리는 다양한 장점이 많은 소재이다. 그중 최고가 전도성(傳導性)이다. 어떤 물질이 열이나 전기를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옮기는 성질이 최고라는 의미다. 그동안 전선과 전자제품에 많이 사용된 이유다. 사실 은(Silver)은 구리보다 높은 전도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쉽게 부식되는 단점이 있다. 알루미늄은 전도성이 구리에 비해 낮고 내구성이 부족하다. 구리는 이 모든 문제를 뛰어넘는다.

이 우수한 전도성이 과거 명성과 함께 미래에도 희망의 꿈을 꾸게 한다. 특히 새로운 정부가 AI(인공지능) 발전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 의지를 밝혔다. 앞서가는 반도체 다음으로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행되면 실로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AI 기술에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서버를 구동할 데이터센터와 함께 이를 지탱할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은 마치 ‘쌍둥이’와 같다. 이에 태양광,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전력 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데이터센터는 ‘구리 먹는 하마’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와 구리는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돈독하다. 구리가 이 같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점이 많아서이다. 구리는 다른 금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저항을 가져, 에너지 손실이 적다.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전기전도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장점의 소재는 구리밖에 없다. 그래서 전기와 구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외국 사정을 살펴보면 2028년까지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공지능 서버를 구축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세계 데이터센터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전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향후 10년 동안 신규 전력 사용량이 지금보다 17배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유럽지역도 높은 에너지 비용에 따른 원가 증가에도 전력 수요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력 인프라 투자와 생산설비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전력기기 관련 기업들도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실물시장에서 전력선 등의 수요 또한 호조세이다. 덩달아 구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구리가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높은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친환경성은 어떤 소재도 따라오지 못한다. 재활용 구리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다. 신규 채굴과 정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절감하여 자원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전선, 배관, 전자기기 등에서 구리를 회수해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촉진한다. 이처럼 친환경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구리와 관련한 미래의 한 가정을 상상해 본다. 로봇의 일상화이다. 지금도 가정에는 로봇이 있다. 청소 로봇이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핸드폰으로 지시하면 저절로 거실과 방으로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널브러진 빨래도 정리해 준다. 미래는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다. 밥솥의 스위치를 누르고, 요리에 불을 붙이고 끄는 것을 로봇이 할 것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사료 주기와 화초의 물 주기 등 지금보다 발달한 로봇이 주부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이 로봇을 움직이는 것이 배터리 및 전력시스템이다. 구리가 그것을 가동한다.

희망의 빛이 찬란한 미래에 가끔 암울한 그림자도 드리운다. 전기차를 만들려면 내연기관차보다 다섯 배 많은 구리가 필요다. 인공지능(AI) 연산에 특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수만 톤 구리가 필요하다. 이처럼 주요 산업에서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이 치솟는 몸값이 수요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대체재 전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통해 자원 무기화하려는 최근 행보도 미래 입지를 걱정하게 한다. 모두 기우(杞憂)이기를 바랄 뿐이다.

잘 나가도 걱정이고 못 나가도 걱정인 것이 구리시장이다. 아무리 효율성이 뛰어나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으면 허탕이다. 아파트 구리(동) 배관의 우수성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바다. 하지만 현실은 비싸다는 이유로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IoT와 같은 혁신적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자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을 충족하는 미래가 활짝 열릴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구리 자원 선순환을 위한 정책과 전략 수립으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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