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강업계·노조 “산업 보호” 환영, 완성차·제조업 “비용 압박” 반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재도입하면서 미국 내 산업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자재 산업은 산업 보호와 투자 확대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반면 완성차와 제조업 전반은 비용 부담과 공급망 차질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 노동계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산업별 이해충돌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무역협회 미주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철강협회(AISI)와 철강제조업협회(SMA)를 비롯한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번 232조 철강 관세율 상향과 품목 확대 조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는 “관세 도입으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지역에서 설비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밝히며 환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기반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과잉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코어(Nucor), 스틸다이내믹스(SDI) 등 대형 제조사들도 관세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철강노조(USW) 역시 “철강·알루미늄은 핵심 인프라의 중추”라며 산업 보호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캐나다와 같은 동맹국까지 일괄적으로 포함하는 데 대해서는 “양국 노동자 모두 피해를 본다”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제조업계는 즉각적인 반발을 쏟아냈다. 전미제조업협회(NAM)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25%에서 50%로 상향된 것은 미국 통상정책의 중대한 악화”라며, 국내 생산만으로는 총 수요의 84%밖에 충족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율 관세가 생산비 급등과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농기계·건설장비 업체인 존디어(John Deere)는 “관세 불확실성이 농가 투자를 위축시켜 미국 농업장비 시장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며 공장 감원에 나서기도 했다.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GM은 향후 2년간 40억 달러를 투자해 멕시코 생산기지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혼다도 차세대 시빅(Civic) 모델 생산지를 멕시코가 아닌 미국으로 결정했다. 이와 달리 대형트럭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원가 경쟁력이 약화되자 멕시코 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등 ‘역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이번 조치를 ‘무역질서 전환’의 계기로 평가하며 제조업 재투자와 고용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부담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일각에서는 전통 노조 기반 기업들이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 비노조 기업 대비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