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선제 대응 시급
지난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개월 만의 최고치인 6.5%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일컫는 ‘차이나플레이션’현상이 향후 4~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21일 발표한 ‘차이나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정부가 경제 불균형 완화를 위해 임금배증계획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차이나플레이션이 201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저임금을 토대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으나 1998년(15.5%) 이래 임금 상승률이 13년째 10%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경 근로자의 임금은 1998년 서울의 1/10이던 것이 지난해 1/3 수준까지 수직 상승한 상태다.
대한상의는 중국정부가 근로자 평균임금을 매년 15%씩 인상해 2015년에 2010년의 2배까지 높이는 내용의 임금배증계획을 추진 중인 점 등을 들어 중국사회가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 간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차이나플레이션 대를 거쳐 4~5년 후부터 본격적인 고임금시대로 이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5회, 지급준비율을 9회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기조 역시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재정위기의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의 중국 등 세계주요국들이 긴축기조로 전환하면서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오랜 기간 지구촌에 저가제품을 공급해 왔던 중국의 물가 상승은 위안화 가치 상승과 함께, 세계경제에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와 고물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차이나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교차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경제의 긴축은 당장 대중 수출의 감소로 나타나고, 중국제품의 가격상승은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에서의 수입이 감소하는 한편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 왔던 부문에서는 수출 호전이 기대된다. 저가의 중국산에 밀려 고전해 왔던 가전, 가구 등 조립산업 분야와 의복, 신발 등의 노동집약적 산업분야가 철강, 비철금속, 화학산업 등 소재산업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클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부품이나 원재료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기업들의 경우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중국경제의 고임금시대와 산업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수출전진기지 위주의 대중투자전략을 중국 내수시장 교두보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가 119개(200만 이상 도시는 36개)에 달하고, 세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까지 최대 21%(2009년 현재 7.6%)까지 확대될 중국시장의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국 진출의 내용 면에서도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분야 투자를 추천했다. 현재 중국의 서비스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0%로 한국(58.2%)보다 낮으며, 중국정부도 서비스산업 개방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우리 기업에 좋은 사업기회가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중국이 올해 R&D에 우리보다 3.4배 많은 1,537억달러(세계 2위)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년째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현재의 기술 격차를 지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존 주력산업 강점의 유기적 결합,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과학기술두뇌의 적극적인 유치 등 R&D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