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대응전략이 시급
최근 국내 철강시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 때문에 전반적으로 활기를 잃고 있다. 종전과 다른 시장 움직임 때문에 종사자들은 어려움 이상의 ‘혼란’까지 느끼고 있으며 자칫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 공급자 및 공급능력 증가에 따른 판매경쟁 심화다.
오랫동안 독과점, 비경쟁 시장에 익숙해 있던 시장 관계자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쉽게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공급자 주도 시장에서 수요가 주도 시장으로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마케팅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마케팅 정책과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급자는 물론 수요가들도 아직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이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공장도 가격이 바로 그렇다. 공장도 가격은 공급자나 수요가의 가격에 대한 최소한의 공동인식의 기준이 되며 거래 투명성의 가장 기초적인 바탕이 된다. 그러나 현재 마이너스 수% 내지 30%까지 할인되어 거래되는 현실에서 공장도는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래서는 철강시장에서 가격 기준과 투명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철강경기 사이클 단축 역시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2000년대 이전 5~7년 주기에서 이후 최소한 2~3년을 주기로 움직였던 철강 경기와 가격은 최근에는 1년 이내에서 상황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연초 반짝 경기 이후에는 연중 약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또한, 정보의 대중화와 이를 이용한 ‘쏠림’ 현상이 확산된 결과, 사정이 좋은 품목도 호황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까지 일상화되고 있다.
세 번째는 수입재로 인한 시장의 혼란과 불안의 가중이다.
국내 생산능력 확충은 대한민국을 수출 초과 국으로 단번에 바꾸어 놓았다. 수출을 확대하지 못하면 대부분 품목과 제조업체들은 가동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수입은 크게 줄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또 과거 수입은 국내 공급부족 품목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제품의 품질은 물론 수급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가격 차이를 이용한 순수 판매 목적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후판과 냉연판재류다. 후판은 주 수요가인 조선사들이 중국산의 낮은 가격을 내세워 국내 제품의 가격을 내리고 있으며 또 그것을 이용해 수입 가격을 다시 내리고 수입량을 확대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냉연판재류는 가장 고급 제품으로 품질 등을 이유로 수입이 제한됐으나 올해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중국산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 보산강철이 자동차용 공급을 위해 국내에 지정 스틸서비스센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철강재 중 가장 고급재이며 부가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국내 철강시장 여건과 환경의 급변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새로운 시장 환경과 여건의 변화를 모두 충분히 인식함은 물론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총체적 정리와 공동 인식이 필수적이다. 그것도 아주 시급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