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대국 기틀 다진 故 주창균 회장과 일신제강

철강대국 기틀 다진 故 주창균 회장과 일신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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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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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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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업 초석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
1960~70년대 첨단기술, 설비 도입으로 성장가도
1982년 '장영자 사건'에 유탄 맞고 흑자부도 후 동부그룹 인수

  29일 타개한 고(故) 주창균 회장은 국내 철강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여 1970년대 이후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주 회장과 연결고리가 깊은 곳이 '일신제강'과 '동부제철'이다. 일신제강은 주 회장이 설립한 회사이고, 1982년 부도가 났던 일신제강이 1984년에 탈바꿈한 곳이 지금의 동부제철(당시 동부제강)이다.

 

▲ 일신제강의 후신인 동부제강(현 동부제철) 서울제강소의 모습. 현재 부지는 동부화재에 매각돼 있는 상태며, 주택부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일신제강의 설립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주창균 회장은 국내 최초의 아연도강판 생산업체인 신생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해외수출의 성과를 올렸다. 이어 1960년에 사명을 일신산업주식회사로 변경한 후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설비 확충에 나섰다.

  1961년 연산 2만2,000톤 규모의 강관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1967년에 1냉연공장, 1972년 2냉연공장을 준공해 연산 45만톤 규모의 냉연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1975년 '일신제강'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기업공개까지 이뤄졌다.

  일신제강은 이후에도 인천 석도강판공장(연산 12만5,000톤, 1978년), 부산 강관공장 확충(조관기 4기 연산 14만4,000톤, 1979년), 연속아연도금공장(연산 12만톤, 1980년), 컬러강판공장(연산 4만8,000톤, 1980년) 등을 준공하며 발전을 이어가 국내 10대 기업으로도 꼽혔다.

  특히 철강산업이 꽃을 피운 1970년대부터 수출가도를 타고 가파르게 성장하며 1979년엔 단일 수출품목으로 1억불수출탑을 수상했다. 이어 주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일신제강은 1980년대초 기업매출순위에서 23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성장가도를 잘리던 일신제강이 암초에 부딪친 것은 1982년.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금융사기사건으로 꼽히는 이철희-장영자 어음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 흑자부도를 맞게 된다. 당시 포항제철에 이은 업계 2위의 외형을 유지했고, 자산규모만 3천억원에 이른 일신제강의 흑자부도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부도 후 포항제철에 의해 3년간 위탁경영 됐던 일신제강은 1984년에 동부그룹에 인수되며 국내 철강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했다.

  일신제강은 국내 최초로 냉연강판을 생산하여 냉연 및 표면처리 제품 중심의 철강재를 공급함으로써 국내외 철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 당시 일신제강의 강점은 국내 철강산업의 걸음마 시절부터 풍부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추고 첨단기술과 설비 도입에 가장 앞장섰다는 평가를 들었다. 회사의 경쟁력이 '앞선 기술과 첨단설비의 발빠른 도입'에 있다고 판단한 주창균 회장의 판단 때문이었다.

  1961년 서울 오류동 1만6,000평 부지에 강관공장을 준공한 일신제강은 포항제철과 함께 첫 국산 자동차인 '포니' 개발과정에 참여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개발해 공급했다. 주 회장의 경영철학인 "국가산업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서두르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주창균 회장과 일신제강은 포항제철, 연합철강과 함께 철강대국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권력형 금융비리사건에 연루돼 쓰러져 사라지고 이제 창업자마저 별세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게 됐다. 

   일신제강 출신으로 동부제강 부회장을 역임안 김정일 현송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은 “주창균 회장은 해방 이후 조국 근대화의 어려운 시기에 자력으로 철강기업을 일궈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분”이라면서 “'한국의 제1호 철강기술자'라는 자부심이 큰 주 회장은 끝까지 사람들에게 엔지니어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철강산업이 더 크게 발전해 국가 발전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랬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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