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훈 박사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쌍끌이 정부 정책 필요해"

기지훈 박사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쌍끌이 정부 정책 필요해"

  • 철강
  • 승인 2017.01.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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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곽정원 jwkwa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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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철강 '선발자'그룹에 속해
-중국 견제 동시에 일본과 기술경쟁 하는 상황
-기술혁신에 정부역할 중요

▲ 기지훈 박사
  한국 철강산업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일까? 공급과 수요, 기업논리가 가격으로 수렴하는 시장원리에 치우치다 보면 정작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구자의 관점은 아닐까. 

  기지훈 박사는 KAIST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한림원 정책연구소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철강산업과는 석사논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추격경제학 관점에서 일본의 철강산업이 미국을, 한국철강산업이 일본을 추격할 수 있었던 요인에 관해 쓴 석사학위논문을  지도교수(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공동작업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 기술경제학 분야 최고수준의 학술지 Research Policy에 게재했다('Rise of latecomers and catch-up cycles in the world steel industry,'http://dx.doi.org/10.1016/j.respol.2016.09.010).

  기 박사는 '2017 한국경제 대전망'(경제추격연구소 지음, 21세기북스)에서 '철강산업, 쌀쌀한 봄을 향한 회복' 섹션을 저술해 한국 철강산업 전망을 내놨다.  턱 밑까지 추격해온 중국과 간극을 벌리기 위해 도망치는 일본, 미국 사이에 선 현재의 한국 철강산업의 위치, 그리고 앞으로 방향에 대해 기 박사의 시각을 물었다.

   Q. 경제학 전공자로서 철강산업에 중점을 두어 연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많은 산업 중에서 철강산업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전공분야가 추격경제학인데 지도교수인 서울대 경제학부  이근 교수의 권유로 철강산업을 처음 접하게 됐다. 이근 교수는 한국이 어떻게 일본이나 미국 등 산업 선진국을 따라 잡았는가에 대한 사례연구를 많이 하셨는데 내게 철강산업에서 미국에서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산업주도권 변화, 포스코의 성장 사례 연구를 권유했다. 또 내 학부 전공이 전자공학인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만약 내가 순수 경제학만 했다면 이근 교수의 권유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부에서 공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공학적 지식을 요하는 철강산업을 경제학으로 끌어와 연구하는데 더 친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2017 한국경제 대전망'에서 '철강산업, 쌀쌀한 봄을 향한 회복'챕터를 서술했다. 철강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공부한 것인가?

  A.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소에서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산업은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분야인 동시에 참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주말이나 밤마다 틈틈히 철강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아무래도 학술연구자다 보니 시황이나 기술부문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철강금속신문의 월간지인 스틸마켓을 구독하고 있는데 이번 책을 쓰면서 스틸마켓을 많이 참고했다. 특히 방정환 기자의 글이 매우 도움이 됐다.

  Q.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 또한 물량공세와 낮은 가격을 내세우는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고 철강선진국인 일본 미국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넛크래커라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술력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상황이라 본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일본 약간 아래에 위치하고 중국의 추격을 받는 위치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동시에 현재 한국은 선발자 그룹에 속해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추격뿐만 아니라 약간 앞에 위치한 일본과 경쟁하는 데에 있어 기술혁신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면, 미래 철강산업을 얘기할 때 항상 고부가가치 제품 얘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기술 개발 분야에 있어 우리가 일본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내 생각에는 두가지가 중요한데, 첫 번째 일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기술 및 제품 분야, 두 번째 일본이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로의 경로 창출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경로 창출의 대표적인 예로 파이넥스공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연구자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오히려 중국보다 일본이나 미국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철강산업도 일본이나 미국이 이미 간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강산업에 대한 정책 및 전략 연구는 이들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미국의 구조조정 정책이나 성숙기 당시 산업의 양상 등을 연구하고 우리만의 특장점을 살려내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만의 생존법,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Q. 우리 철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 일본과 미국의 철강산업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동의한다. 그에 관한 연구 또한 반드시 정책적 측면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철강산업에 있어 태풍의 눈은 중국이다. 중국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구조조정 상황이나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중국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이런 부분에서 나뉜다고 본다. 기업은 중국을 주시하고,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계속 기술혁신을 이야기 하는데 주목하고 있는 기술 등이 있나?

  A. 내가 앞으로 가장 연구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미국, 일본, 한국간 주도권 이전에 관한 연구를 했지만 이건 과거에 관한 얘기다. 앞에서 파이넥스 등을 경로 창출형 기술 개발로 거론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부족하다. 파이넥스는 현재진행형 기술이기 때문에 추격 경제학 관점의 학술연구의 범위에 아직 들어와 있지 않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철강금속신문 같은 언론에서 더욱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정부와 기업의 기술 개발 상황이나 사례 등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이다.

  Q. 그러면 정부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가?

  A. 현 시점에서 정부는 철강산업에 대해 양적 축소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병행되야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술개발정책이다. 성숙산업일수록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못지않게 철강, 조선 등 성숙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 산업발전을 이끌고 현재 성숙단계에 이른 철강, 조선 등의 산업에 대해서 구조조정 정책과 더불어 기술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통상정책에 있어 우리 정부가 어떻게 역할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 등에 비해 정부의 통상정책이 소극적으로 보인다.

  A. 미국과 유럽의 경제발전과정에서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의 역할은 명확하다. 최근 발간된 '기업가형 국가'란 책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발전함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역할을 매우 자세히 밝혔다.

  나 또한 미국과 유럽의 성장기나 지금까지 실제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역할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철강은 설비가 매우 중요하므로 설비투자에 있어서도 정부의 세제 혜택은 1970-80년대 철강산업의 초창기 못지 않게 중요하다.

  미국 철강산업의 경우 1950-60년대 순산소제강 설비를 신속하게 도입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신규 설비 도입에 대한 세제상의 불리함이 컸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설비를 신속하게 도입한 일본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즉, 성숙산업인 철강산업에 대해서도 기술 혁신 및 기술 도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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