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인력난, 외국인 노동자가 해법인가?

뿌리산업 인력난, 외국인 노동자가 해법인가?

  • 뿌리산업
  • 승인 2017.09.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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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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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젊은층 유입 위한 대책 세워야
정부, 뿌리업계 경영지원책 강화 및 공공복지 확대 필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숫자를 현재의 2.5배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앙회는 외국인 노동자 증원을 요구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하여 사람을 뽑는 것이 어려우니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채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본심은 정부가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입는 경영상의 타격이 큰 만큼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늘려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인천 경서단지 내 주물공장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뿌리뉴스)

이를 두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은 네티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들의 외국인 노동자 증원 요구를 본 사람들은 “‘인건비 따먹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기대를 걸지 말았어야 한다”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중소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또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므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을 확률이 커진 마당에 구태여 ‘국민들이 낸 세금’을 들여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앙회와 달리 뿌리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중소기업들이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 쟁탈전까지 벌이는 상황이지만 뿌리업계에서는 내국인 숙련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뿌리뉴스가 6월부터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 등 새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련하여 취재한 결과 뿌리업계 인사들은 새 정부가 내세우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취지는 공감하고 있지만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입안해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뿌리업계에는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기업과의 급여 및 복지수준 격차, 지방 공업지역에 밀집한 산업 특성으로 인한 주거환경 미흡, 3D업종이라는 사회적 시선 등이 주된 이유이다.

이 때문에 뿌리업계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증원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사자 임금 및 처우 개선 등 필수적...뿌리업계 경영애로 해소·공공복지 확대 필요

6대 뿌리업계 인사들이 인력난과 관련하여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대기업과의 임금과 복지 차이이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대기업과의 과도한 근무조건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뿌리뉴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뿌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임금의 절반 가량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뿌리업계에 어느 젊은이가 자신의 청춘을 바치려 하겠느냐?”며 “납품단가 현실화와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을 통해 뿌리기업들의 지불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병문 이사장 외에 뿌리업계의 CEO 대부분은 뿌리기업들의 경영애로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의 경영상황이 개선되어야 임금도 올려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불능력 확충 외에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복지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청년세대들이 지방 공업지역에 밀집한 뿌리기업들의 특성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나빠서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대경주물조합 소속의 한 주조업체 CEO는 “중소 제조업체가 대부분인 뿌리기업들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대기업과의 근무조건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뿌리기업이 밀집한 곳에 임대주택과 어린이집 등 공공복지를 확충해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조 김병철 연구소장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 않나? 이제는 젊은 세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해서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주거복지 강화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내국인 숙련기술인력’ 양성 및 공급계획 세워야

사회적 인식 개선 위한 홍보활동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와

주조, 소성가공, 용접,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등 국내 6대 뿌리산업 관계자들이 인력난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내국인 숙련기술인력’의 부재다.

일부 인사들은 “종사하겠다는 젊은이가 없어 뿌리산업의 뿌리가 끊길 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인력 문제와 관련하여 뿌리업계가 자구책으로 내놓은 방안은 조합 공동사업을 통한 ‘전문 엔지니어 육성’이다. 실제로 금형조합은 올 상반기 금형기술교육원을 설립하고, 조합원사들을 위한 현장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시행 중이다.

다른 뿌리조합들도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 등을 통해 내국인 인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직무교육을 통해 기존 인력의 전문성도 강화하고 있다.

이준연 KD시스템즈 대표는 뿌리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뿌리뉴스)

이외에도 3D업종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지난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금형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KD시스템즈 이준연 대표이사는 “국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넥타이를 매고고 있는 화이트칼라들”이라며 “드라마에서 조연으로라도 뿌리산업 엔지니어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3D업종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연 대표는 “어릴 때부터 넥타이를 매는 직업만이 좋은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며 “뿌리산업 엔지니어 또한 괜찮은 직업이라는 것을 인식이 확대되어야 근본적인 인력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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