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地思之(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야
易地思之(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야
  • 곽종헌 기자
  • 승인 2019.03.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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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월 연중 최고의 계절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모든 철강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철강 생산업체들은 호기(好機)로 생각하고 가격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생산업체들은 1분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3분기는 비수기, 4분기는 지난해부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다 보니 올해 영업의 결실 2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나게 됐다. 이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소재를 공급하는 생산업체나 제품을 구매하는 실수요업체, 유통업체 간 기(氣) 싸움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철강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맞다. 하지만 내수경기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일부 철강제품은 생산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해도 유통판매점이나 실수요업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인상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가수요가 발생하고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2~3년 패턴을 보면 가격을 인상해도 가수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판매가 되지 않으니 당연히 제품 구매를 원치 않는다.

유통시장 일각에서는 생산업체들의 잦은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상 폭이 톤당 2만~5만원 수준에도 불만이 있다.

생산업체들은 생산 제품의 물량을 소화해야 하므로 유통대리점으로 그들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밀어내기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이 호소하는 것은 가격 인상 폭이 톤당 10만원도 아니고 소폭이다 보니 가격을 제때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봉형강류나 판재류 유통대리점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소폭의 가격 인상은 생산업체들이 수율 향상 등 자체적으로 소화해 내든지 그렇지 않으면 유통업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나 논리, 합리적인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리점이나 상사를 전방 소총수나 창구상사 정도로 생각하고 무조건 물건을 받으라는 식의 얄궂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사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 대리점이나 실수요업체를 동반자나 협력업체로 생각해야 한다. 아직도 판매자 우위의 사고에 갇혀 있다면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다.

대형 건설사와 조선사도 마찬가지다. 판매자의 올바르지 않은 행태만 갑질이 아니라 구매자 우위 시대를 이용해 구매가격 후려치는 행위도 갑질이라는 것을 알고 고쳐야 마땅하다.

유통업체들은 부도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무리하게 판매하다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부도의 위기로 내몰리기 쉽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가까운 사이의 하나가 망하면 다른 편도 온전하기 어렵다는 비유다.

갑의 관점에 업계는 적자로 허덕이는 유통업체를 한번 쯤 생각해 상생(相生)의 손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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