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립 55주년) 힌남노 위기 극복한 포스코 100년 기업 향해 뛴다①

(포스코 창립 55주년) 힌남노 위기 극복한 포스코 100년 기업 향해 뛴다①

  • 철강
  • 승인 2023.04.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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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재철 기자 parkjc@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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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대 위기 똘똘 뭉쳐 이겨낸 포스코의 저력

수해 극복 후 완전 정상화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박차 

지난 2022년 포스코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속가능한 100년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로 출범해 새롭게 경영체제를 정비하고 철강 전문성과 실행력 제고 노력으로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순탄한 행보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면서 철강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와중에 창립 이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냉천범람 재난을 당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복구 과정에서 보여준 포스코인의 저력과 기술력을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기성세대와 MZ세대간의 상호 신뢰, 민·관·군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응원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은 기회가 되었다"며 "더욱이 복구 과정에서 보여준 포스코인의 응집력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들을 통해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복구를 예상보다 조속히 마무리한 것은 과거 우리 선배들이 맨손으로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이룩한 역사에 이은 제2의 기적이라 불릴만한 성과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냉천범람 위기 극복을 발판으로 힘차게 재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정상적인 경영체제로 조속히 복귀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다운사이드 리스크(Downside Risk) 확대, 통상패러다임 전환,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가속화, ESG 경영 요구 강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4월 1일에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포스코는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와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안고 태어났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철강 불모의 땅에서 포스코는 창업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충실히 실천하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고 산업근대화를 견인해왔다. 전쟁의 상흔이 채 지워지지 않았던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포스코가 이룩한 눈부신 성공 역사는 세계 철강업계의 기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제 제철보국은 기업시민 즉 ‘With POSCO’ 진화했다. 제철보국의 이념을 그대로 계승해 포스코 스스로가 사회 일원이 돼 경제적 수익뿐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새 기업 비전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언한 것이다.

주주와 고객, 공급사와 협력사와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발전하고자 하는 With POSCO는 지난 50년간 제철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세계적인 철강 경쟁력을 보유한 국민기업으로 성공한 포스코를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라는 것이다. 나아가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파트너십 활동을 펼쳐 기업시민으로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집자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이 힌남노 침수 피해 복구 이후 정상가동하고 있다=사진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이 힌남노 침수 피해 복구 이후 정상가동하고 있다=사진제공 포스코

■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똘똘 뭉쳐 이겨낸 포스코의 저력

포스코는 전사적인 역량을 총 결집해 태풍 침수 피해를 완벽하게 극복해냈다.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약 140만 여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포스코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조업·정비 기술력으로 단 한 건의 중대재해 없이 물에 잠겼던 압연지역 17개 공장들을 135일만에 순차적으로 모두 재가동시키며 지난 1월 20일 완전 정상화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지난해 9월 6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의 생산라인이 물에 잠기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을 마주하게 됐다. 당시 포스코는 힌남노가 유례없던 초강력 태풍이라는 예보에 기존에 구축하고 있던 자연재해 대비 매뉴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재대책을 수립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여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상세히 점검하고, 태풍 당일에는 모든 공장 관리자가 철야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추었다. 특히 제철소 침수 및 정전 발생 시 대형 화재, 폭발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포항제철소 가동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어 포항제철소는 전 공장의 가동을 멈추며 사전에 전원을 차단하는 조치도 취했다. 포스코는 고로 휴풍 돌입에 따른 대비책도 사전에 마련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장시간 가동을 정지할 경우 고로 안에 담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입이 발생하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포스코는 50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전 대비책을 마련했다.

압연라인의 경우 가동 중 침수 피해를 당했다면, 압연 롤 손상, 가열로 폭발, 가열로 내화물 손상, 판재 끼임 현상 등으로 장기간 조업 재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다. 3후판공장 가열로는 노내 온도가 약 1,300℃로, 만약 침수로 설비에 물이 들어가면 폭발의 위험이 있었다. 이에 직원들이 사전에 가열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설비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으며, 냉각수를 최대로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미리 떨어뜨렸다. 

또한 설비 가동을 정지한 조치로 각 설비에 설치된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 전력기기가 합선·누전으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이후 포항과 광양의 모든 명장과 전문 엔지니어들이 설비복구에 앞장서며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정비 기술력과 역량이 복구 현장에 결집될 수 있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협력을 이끌어내 포항제철소 핵심 공장인 2열연공장 복구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톤의 제품 중 500만톤이 통과하는 공장으로,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장이다.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 드라이브 총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사는 단기간내 공급이 여의치 않았고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도 있었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 중이었던 인도 JSW社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며, 사쟌 회장이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포스코에 내주기로 결정하면서 2열연공장 복구를 크게 앞당겨 가동할 수 있게 됐다.

■ 수해 복구과정에서 빛난 철강산업 생태계 보호

▲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 위한 대책 마련

대한민국 철강의 약 24%를 생산해내는 포항제철소가 멈추며 국내 철강 수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자 포스코는 지난해 9월 21일 철강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당시 고객사와 유통점에서 보유한 주요 제품의 재고는 2~4개월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산업 전반의 철강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우려가 가라앉지 않아 포스코는 고객사별 수급상황을 전수 조사해 광양제철소 및 해외법인 전환 생산, 타 철강사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고객사들이 소재 수급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 지원키로 약속했다.

포스코는 수해 직후부터 태풍재해복구TF, 피해복구 전사 종합대응 상황반을 일일 운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객사 수급 우려를 해소시키고 일부 특정 제품에 대한 공급 부족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全 고객사 1:1 상담을 통해 재고 및 수급 상황을 정밀점검하여 긴밀히 대응했다.

특히 포스코는 공장별 생산 강종 및 사이즈 확대, 광양제철소 듀얼 생산체제 조기 구축, 해외법인 경유 공급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솔루션을 찾아 비상상황에 대처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제품을 구매하는 473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급 이상 유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수급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에 대해 광양제철소 전환생산, PT.KP·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PZSS) 등 해외 사업장 활용, 타 철강사 협업 공급 등 일대일 맞춤형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수급불안을 해소했다.

열연 제품 중 포항제철소 위주로 생산해야 했던 고탄소강은 광양제철소에서도 본격 생산이 가능하도록 듀얼 생산체제 구축을 완료했고, 전기차 구동모터에 사용되는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용 열연 소재는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과 함께 복구가 완료된 1열연공장에서도 대체 생산을 추진했다.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2제강공장 주변도로 복구후 모습=사진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2제강공장 주변도로 복구후 모습=사진제공 포스코

포스코는 기존 포항제철소 필수재이던 ESS 배터리팩용 고강도 PosMAC 소재를 광양제철소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소 및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한 신속테스트를 진행하였으며, 도금 스케줄 조정 등 생산공기 최대 단축, 컨테이너선 신속 수배를 통해 동 고객사의 미국 프로젝트 향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했다.

선재 제품은 1선재공장 가동 재개와 함께 내수 긴급재 17천톤을 주문 투입했다. 또한 1선재공장은 긴급 설비개조를 통해 생산 제품의 최대 직경을 7mm에서 13mm로 확대하고 타 선재공장에서 생산하던 자동차용 볼트·너트 등에 사용되는 CHQ 선재도 생산했다.

스테인리스 제품의 경우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 배기계용 제품은 태국 POSCO-Thainox 등 해외 생산법인과 현대비앤지스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일본 NSSC 등 국내외 철강사와 협업을 통해 연내 약 9천 톤을 국내로 공급 추진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였다. 또 정밀재용 특수강도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PZSS) 등 해외 생산법인을 활용해 국내 고객사에 공급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었다.

아울러 포스코는 직접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 고객 고충상담센터 운영, 2차 고객사 대상 찾아가는 간담회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판매는 영세기업들의 수급 안정화에 기여했다. 

▲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철강 생태계 보호

포스코는 복구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고객사·공급사·협력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 철강산업 생태계 보호에 앞장섰다.

포스코는 철강ESG상생펀드 및 상생협력 특별펀드 1,707억원을 재원으로 유동성을 적극 지원 중이며, 수해 이후 현재까지 17개사에 대해 총 275억의 저리 대출이 완료됐다. 포스코는 지원대상을 자재, 설비, 원료 공급사 뿐만 아니라 고객사까지 확대했으며, 거래금액별 한도 조건을 폐지하고 수해 피해기업이 펀드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하고 은행에 여신적격 심의기간을 단축하도록 요청하는 등 적극 지원했다.

포스코는 9월말부터 원료·설비·자재 공급사 404개사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전수 조사한 후 37개사의 애로사항 및 유형별 지원 방안을 도출하고 신속히 조치하는 한편, 상시적으로 제철소 복구 일정 및 구매 계획을 공급사와 공유했다.

포스코는 스크랩 등 수입산·국산 복수 계약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공급사 물량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 또 스테인리스 스크랩 및 페로몰리는 중국向 수출을 주선하는 등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특히 포스코 매출 비중이 높아 납품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들에 대해서는 스테인리스 2·3제강공장 가동 재개 전임에도 불구하고 선구매를 결정해 10월 전체 계약량에 대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분할하여 입고시키고 있다. 

제강공장 가동 후에도 국내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수입산 구매량은 감축하고 국내산을 우선 구매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 지원을 위해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PZSS)向 스크랩 수출을 주선했다.

또한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및 증산으로 추가 자재 소요 발생 시 포항제철소 공급사에 우선 발주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던 연료탱크용 전기도금 강판을 광양제철소에서 대체 생산하면서 발생한 긴급 소요 표면처리용액에 대해 포항제철소 공급사들과 6개월분의 추가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진행 중이던 설비 공사의 준공 연기 및 보증증권 연장으로 발생한 보증 보험료를 지원해 공급사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2월 30일에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방문해 재가동 후 첫 생산한 열연코일에 휘호를 남기고 있다.=사진제공 포스코

■ 민관군 총력 복구에 ‘침수 피해’ 포항제철소 살렸다

포스코가 예상보다 빠른 기간 내에 큰 고비를 넘긴데에는 민·관·군의 합동 복구 작업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소방청은 소방차량 41대와 소방펌프 224대를 투입했으며, 울산화학센터에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도 포항제철소에 배치했다. 국내에 단 2대뿐인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분당 최대 7만 5,000리터의 물을 배출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 제철소 주요 침수 지역의 배수작업 속도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도 토페도카 5대를 포항으로 긴급하게 지원했다. 당진제철소의 토페도카 5대는 최고 만조시간에 맞춰 바지선에 선적된 후 태풍 난마돌의 북상에 따라 이송 프로세스를 조정해가며 포항제철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현대제철의 토페도카가 포항제철의 쇳물을 받아 옮기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세계무대에서는 기술과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한국철강업계 협심이 빛을 발했다.

고객사에서도 물심양면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졌다. 포스코 후판제품 최대 고객사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소방펌프, 고압세척기, 발전기 등을 지원해 긴급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조선 3사는 수중펌프 53대, 발전기 4대, 고압세척기 2대, 기타장비 41대 등 복구장비 총 100대를 포항제철소에 아낌없이 지원했다. 냉천 범람이 휩쓸고 간 침수된 공장들의 조기 복구를 위해서는 펌프가 가장 절실했고, 펌프 동력을 위한 발전기는 필수였던 상황에서 가장 핵심 복구장비를 조선 3사로부터 적기에 지원받을 수 있어 포항제철소를 조기에 정상화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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