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회피를 위한 꼼수도 봉쇄해야 한다

관세 회피를 위한 꼼수도 봉쇄해야 한다

  • 철강
  • 승인 2025.05.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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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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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후판이 페인트만 입힌 채 컬러강판으로 위장돼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에서 페이트 칠이나 플라스틱을 일부 도포한 후판을 컬러강판 HS코드(7210.70)로 수입하여 잠정관세 적용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외형은 도장 처리된 철판이지만 실물은 탄소강 후판과 다름 없는 제품을 수입하는 이러한 꼼수는 단순한 품목 조작을 넘어, 국내 철강산업의 기반과 무역 질서를 흔드는 편법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구제 시스템에서 규제를 피해나갈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우회 수입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제도 신뢰와 시장 질서 모두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4개월간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조치는 무역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하지만 관세가 적용되는 범위는 ‘비도장·비도금의 일반 후판’에 한정되어 있다. 관세 부과 대상은 두께 4.75㎜ 이상, 폭 600㎜ 이상인 열간압연 후판 제품이며, 코일형과 냉간압연 제품은 제외된다. HS코드는 7208과 7225 등 총 7개 품목군이다.

문제는 현재 논란이 되는 7210.70 코드가 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 틈을 파고 편법 수입이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시 비도금·비도장 상태의 일반 후판을 기준으로 관세 품목을 지정했으며, 도장·코팅 등 2차 가공이 포함된 품목은 제외됐다. 이 때문에 후판을 도장 처리한 컬러강판류가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HS코드 체계는 세계 관세통일협약에 따른 품목 분류 기준으로, 주로 제품의 외형·가공상태에 따라 코드가 달라진다.  문제는 제품의 실질 용도와 강종이 아니라, 도장 유무만으로 품목 코드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들이 실제 후판과 동일한 제품을 도장 처리해 다른 품목으로 신고한 정황이 포착된 만큼, 당국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목 분류를 고의로 조작했면 관세포탈이나 반덤핑 회피로 형사처벌 등의 철퇴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제도 개편 필요성도 부각된다. 현재 철강재 수입은 수입업체의 자율 품목신고와 세관의 사후 검증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페인트를 입힌 후판이 ‘컬러강판’으로 신고되면, 그 실물이 후판과 동일해도 초기에 제재가 어렵다. 통관 당국이 제품의 성분분석 없이 서류만으로 분류를 인정하면, 품목 분류 조작이 사실상 합법적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품목 분류를 제품의 성분이나 기계적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하거나, 자율신고 항목 중에서 철강과 같이 규격이 중요한 품목에는 공인 검사기관의 확인 절차를 의무화 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단지 몇 천 톤의 후판 편법 수입을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무늬만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컬러강판으로 위장된 수입 후판은 정식 KS인증이나 성능 검증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 후판을 사용하는 선박이나 건축물 등의 구조적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품질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관세 회피를 위한 꼼수도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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