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판 안 쓰고 블록만 수입?”…中산 구조물에 철강 조선 수요 10% 사라졌다

[단독] “후판 안 쓰고 블록만 수입?”…中산 구조물에 철강 조선 수요 10% 사라졌다

  • 철강
  • 승인 2025.07.07 06:00
  • 댓글 2
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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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HSK 7308 수입 79만 톤…거제 물량 대부분 조선용 블록 추정
조선소, 국내 후판 대신 중국 블록 조달 가속…‘무관세 우회수입’ 의혹 확산

중국에서 제작된 선박 블록이 국내 조선소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기존 국산 후판 조달 대신 완성 구조물을 들여오는 방식이 확산하면서, 철강업계는 우회 수입 가능성 등 통상 회피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반덤핑 예비판정과 잠정관세 등 중국산 후판에 대한 제재 이후 후판 수입은 감소했지만, 철강업계는 “가공된 완제품의 유입으로 국산 후판 수요가 실질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중국 블록이 쓸어간 후판 시장…10%는 사라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선용 구조물로 분류되는 HSK 7308 품목의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남 거제시의 HSK 7308 수입량은 79만307톤으로, 전년 55만3,093톤 대비 43% 이상 증가했다. 해당 품목은 기계장치가 없는 단순 철강 제품에 해당하며, 조선용 블록도 이 품목 코드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거제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요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수입된 구조물의 대부분이 선박 블록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중국 산둥성 영성(룽청)시에 위치한 현지 법인을 통해 블록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약 10만 톤 규모를 거제조선소로 납품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가 생산한 후판. /포스코
사진은 포스코가 생산한 후판. /포스코

한화오션도 산둥에 위치한 자회사 ‘한화해양공정(산동)유한공사’를 통해 연간 약 30만 톤의 블록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양사는 친환경 선박 수주 확대와 인건비·납기 대응 측면에서 현지 블록 조달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 방식 변화는 국산 후판 수요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25년 현재 중국산 후판은 반덤핑 관세 등의 규제 대상이지만, 이를 가공한 블록은 완제품으로 분류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가 후판을 구매해 직접 가공하던 방식에서, 가공된 완제품을 수입하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라며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수요가 ‘보이지 않게 이동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조선소의 중국산 철구조물 수입량은 약 44만 톤으로, 조선용 후판 연간 수요(약 480만 톤)의 9% 수준을 차지했다. 업계는 이 비중이 앞으로 1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 후판의 내수 판매 추이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철강 수요 전반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특히 조선향 물량의 수요 이탈이 집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367만 톤에 달하던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2024년 321만 톤까지 줄었다. 3년 새 46만 톤, 약 12.6%가 감소한 수치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조선업계 수주는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후판 출하는 회복되지 않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늘고 조선소는 바쁘지만, 철강사는 조용하다는 말이 현장 분위기를 설명해준다”며 “후판이 필요한 조선소는 그대로인데, 더 이상 국산 후판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 규제 피해 블록으로?…“의심은 쌓이는데 법은 구멍”


철강업황과 달리 조선업계는 2020년 이후 줄곧 수주 호황을 이어오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2021년 1,744만CGT, 2022년 1,627만CGT, 2024년에도 1,098만CGT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선소들은 고부가 선박 수주에 집중하며, 생산 유연성과 납기 확보를 위한 외주 블록 조달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조달 방식을 ‘선별 수주에 맞춘 전략적 선택’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이 흐름이 고착화하면 조선소와 철강사 직거래 관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조사 관계자는 “블록 수입이 늘면 국산 후판뿐 아니라 후판 가공업계, 유통망 전반이 영향을 받게 된다”며 “정책적 대응 없이는 중장기 수요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계가 국내 소재 산업과의 연대보다는 납기와 비용만을 기준으로 공급망을 설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강 유통사 대표는 “철강업계는 수요산업이 살아야 같이 간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는데, 조선업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납기 맞추라’는 식”이라며 “이런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국내 철강 기반은 무너지고, 조선도 자립적 공급망 없이 외주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도 “국가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조선업계의 조달 전략은 당장의 손익에만 몰입한 단기주의”라며 “막대한 정부 지원 속에 성장한 산업이라면 공급망 생태계 전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특히 이번 사례를 ‘편법적 우회 수입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조선업계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블록 형태로 수입하는 방식을 활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경우, 제재 취지를 무력화하는 우회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렇게 되면 향후 어떤 품목이든 규제를 받으면, 그 즉시 완제품으로 포장해 들여오는 식의 회피 관행이 확산할 수 있다”라며 “철강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통상 질서를 위협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맞물려 미국에서도 중국산 후판을 사용한 선박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철강, 특히 후판을 사용한 선박이나 기자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고율의 관세는 물론 입항 수수료, 수입 거부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이 사용된 선박에는 최대 150만 달러, 중국 선사에는 100만 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제3국 선박에 대해서도 원산지 추적과 우회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한국에서 건조된 선박이라 해도 중국산 후판 사용이 확인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향 수출 선박에는 중국산 후판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편법적 수입 구조를 유지할수록 향후 국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단순히 국산 철강을 안 쓰는 차원을 넘어,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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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2025-07-07 14:23:43
이것이 중국몽

이** 2025-07-07 09:03:54
정부는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