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인버터는 기준 촘촘…철강 구조재는 ‘전용 KS 부재’
통계·원산지 파악도 어려워…제도 정비 수년 소요 전망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에 따라 태양광 및 배터리 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하는 하부구조물 분야에서는 KS 기준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성능 설비에는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철강재가 주로 사용되는 구조물 영역은 별도 기준 없이 운영되면서 향후 시장 관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기 설비는 KS 적용…구조물은 별도 기준 없어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태양광 설비를 지지하는 구조물과 지지대, 마운팅 레일 등 하부구조물에는 전용 KS 인증 품목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건축구조기준(KDS)을 준용해 구조 안전을 확인하는 방식이 적용되지만, 소재와 성능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은 없는 상태다.
반면 모듈과 인버터, 접속함 등 전기·성능 계통에는 KS 인증 체계가 구축돼 있다. 관련 품목은 성능과 안전 기준이 지속적으로 개정되며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공공 발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구조물 자재는 ‘KS 표시품 사용’ 또는 ‘동등 이상의 자재’와 같은 포괄적 기준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는 시공사나 공급사 자체 사양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ESS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배터리 셀과 PCS 등 핵심 설비에는 KC 및 KS 기준이 적용되지만, 랙(Rack)이나 스키드(Skid) 등 강구조 부품은 별도 규격 없이 제조사 설계에 따라 제작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백이 통계와 원산지 관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태양광 구조물은 형강류(HS 73 계열)나 알루미늄 압출재(HS 76 계열) 등 범용 품목으로 분류돼 수입되기 때문에 ‘태양광 구조물’로 별도 집계되지 않는다. 이에 실제 수입 규모나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저가 수입재 유입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저급재가 유입될 경우 발주 단계에서 국산 정품 소재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부 설비는 인증이 의무화돼 있지만 구조물은 기준이 없어 가격 중심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초기 시장에서 기준이 없으면 이후 품질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정비도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에너지 관련 기관이 시공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조물 소재 기준이나 원산지 관리 체계는 이번 개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구조물 관련 KS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표준화 과제 추진과 시험기관 지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ESS는 국가 전력 인프라와 직결되는 분야”라며 “철강 구조재까지 포함한 기준 정비가 이뤄져야 시장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데이터센터·ESS 투자 확대, 구조재 수요 동반 증가
이 같은 제도 공백은 향후 확대될 전력 인프라 투자 국면에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신규·증설 투자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역시 같은 기간 현재의 2배 안팎으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한 곳만 보더라도 골조와 바닥재, 서버랙, 케이블랙 등을 포함해 수천 톤 규모의 철강재가 투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십 개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전력 인프라 관련 구조재만 놓고도 연간 수만~수십만 톤 수준의 신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SS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피크부하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GW 규모의 ESS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발전·변전소 연계형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간 수조 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컨테이너형 ESS 기준으로 랙과 스키드, 베이스 프레임 등에 사용되는 구조용 강재는 설비 1기당 수십 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설비가 누적될수록 구조재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와 ESS를 포함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형강과 후판, 냉연, 도금재를 아우르는 구조재 수요가 새로운 수요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조재가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준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는 가격 위주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데이터센터와 ESS가 성장 초기인 지금 단계에서라도 구조재에 대한 최소한의 품질 및 원산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