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업계 현 상황 및 차후 걸어가야 할 방향 심도 있게 논의
업체 간 활발한 네트워크 구축, 중국산 위기 등에 대해 공감
철강금속신문은 지난 2일, 당사 5층 회의실에서 ‘강관업계 신세대, 혁신전략 도출 및 추진 박차’라는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한국주철관 김태형 사장을 비롯해 한진철관공업 이형석 부사장, 금성스틸 변재환 사장, 유일유화강관 유동현 상무, 경안파이프 김재윤 부사장, 동창알앤에스 박위도 실장, 하이스틸 엄신철 이사 등이 참석했다.
정하영 국장(이하 정 국장) : 오늘 ‘강관업계 신세대, 혁신전략 도출 및 추진 박차’를 주제로 진행하는 본지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최근 강관을 포함해 철강업계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겠지만 IMF보다 더 악화된 시장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강관업계 신세대들이 보는 현재 시장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개별업체들 성장전략 등에 대한 좋고 다양한 의견들이 교류되었으면 한다.
김태형 사장(이하 김 사장) : 최근 중국 강관업체를 방문한 결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은 누구나 다 하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중국도 불필요한 곳에 사람을 배치하는 일을 줄이는 인력 효율성도 달성하고 있고 제품 품질도 상당히 향상시켜 가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기에 들어갈 것이다. 얼마 전 철강포럼에서 A사 대표가 B사 대표에게 “수요산업이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자 B사 대표는 “5년 뒤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A사 대표는 “그 사이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는 뼈 있는 답변을 했다.
강관업체들에게는 차후 다운사이징 해서 비용절감을 해 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이형석 부사장(이하 이 부사장) : 중국산 강관 수입량은 워낙 적어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 강관업계 치킨게임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는데 그 원인을 일단 1980~1990년 극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가운데 체질이 약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철강 산업이 여러 긍정적 요인으로 호황을 누렸고 치열한 경쟁이 부재한 가운데 설비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투자도 부재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기존 강관업체들은 경제호황을 누리면서 원가 개념을 가지기 힘든 시기였지만 이제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원가절감’은 필수다. 하지만 원가절감을 아직 등한시 하고 있는 강관업체들이 상당수다.
치킨게임이 발생한 또 다른 원인으로 낮은 진입장벽으로 많은 강관업체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익이 계속 나던 부분이 어려워지면 생산량을 줄이는 등 업체들 간 생산조율도 이뤄졌는데 이제 그 시기를 넘어 자율적인 조정이 불가능해졌다.
강관업체들은 차후 ‘대형화’ 혹은 ‘틈새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변재환 사장(이하 변 사장):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본인은 한국 철강 시장이 중국 레이더망에 있다고 본다. 실례로 원자재를 광양항이나 천진항에서 올려오는 것이나 전반적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 이 가운데 강관 생산 효율성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그것이 흡수될지에 대해서 의문도 생긴다.
10년 뒤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세렝게티에 있는 사자가 다 사자는 아니다. 살아남는 사자만이 진정한 사자다. 강관업체들도 세월 변화에 대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김재윤 부사장(이하 김 부사장) : 제품 구색 맞추기가 너무 힘든 상황에서 설비 투자에 대한 리스크도 크다는 점 등 내부적인 문제가 많다. 고민은 늘어가지만 결정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원자재를 아무리 싸게 구매해도 영업적자는 이어지고 있고 지금 당장 급한 불만 끄는 현실이 계속된다. 좀 더 나은 부분을 찾기 위한 과제가 앞으로 산적해 있다고 본다.
유동현 상무(이하 유 상무) : 강관업계 위기는 일부 기업들 위기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각 업체별로 특색을 갖추고 하루하루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주변 상황이 급격히 변하다 보니 강관업체들이 당황했고 결국 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강관업체들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적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이를 오히려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까지 정답은 못 찾았다. 원자재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사더라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고 중국산 원자재나 강관을 무시하자니 그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다.
이 부분에 대한 좋은 의견이 계속해서 교류됐으면 한다.
엄신철 이사(이하 엄 이사) : 한국 철강업은 건설업이나 조선업이 발전해야 성장할 수 있는 의존적인 산업이다. 올해 건설업이 일시적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조선업이 침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마저도 인위적인 부양책 영향이 있었고 이마저 꺼지면 어려운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강관업계 문제점 중 하나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국내도 시장 규모에 비해 강관업체들이 상당하다. 자금력 있는 기업이 조관기를 늘리고 중국산 저급재로 대량 판매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도태되고 이 도태된 기업을 또 다시 누군가가 인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업체 증가로 적정가격 확보는 어렵게 됐고 이는 위기가 초래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 한 가지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철강업체와 수요가 간 관계가 상대적으로 끈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협동심과 커뮤니케이션이 워낙 잘 구축돼 있다. 실례로 수입시장과 국산시장이 명확히 구분돼 있는데 한국 수요가들은 그 경계가 매우 불분명하다. 근본적인 인식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마지막으로 한국 철강업 영향력이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차원에서 건설경기를 부양하면 강관업체나 수요가가 이 틈을 타 중국산을 들여와 뿌리는 등 행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철강업계 자체적인 대응도 필요하나 공공기관 지원도 이뤄져야한다.
박위도 실장(이하 박 실장) : 강관업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업체 간 과당경쟁도 있지만 수요가에게 지나치게 끌려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저가 원자재를 구매해도 가격정보가 너무 공개돼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설비 투자, 공격적인 마케팅 등 어떤 것을 해도 이익률은 떨어지는 구조가 고착화 된 가운데 수요가 힘에 휘둘리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강관업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 버티기만 한 것이 5년 넘었다. 차후 5년이 더 지났을 때 남아 있는 어떤 강관업체가 살아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철강금속신문 2086호, 2015년 9월 9일자 참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