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명태가 ‘금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황병성 칼럼 - 명태가 ‘금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철강
  • 승인 2022.03.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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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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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잡히던 그 많던 국민 생선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쉽게 잡혔던 생선이었다. 자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친숙했던 명태는 지역과 가공법 그리고 시기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강원도에서는 ‘강태’, 간성에서는 ‘간태’, 막 잡은 놈은 ‘생태’, 잡아 얼리면 ‘동태’, 말린 것은 ‘북어(건태)’ 배를 가르면 ‘짝태’, 겨울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노랗게 변하면 ‘황태’, 코를 꿰어 반 건조한 것은 ‘코다리’, 새끼 명태는 ‘노가리’ 등 무려 35가지나 된다고 한다. 

특히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한겨울이 되면 무를 넣고 얼큰하게 끌인 명태 탕은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애주가들에게는 최고 안주였다. 하지만 동해에서 풍족해 친숙했던 명태는 귀한 몸이 된 지 오래 됐다. 2008년 공식 어획량이 0으로 보고된 이후부터다. 동해에서 명태가 씨가 마르면서 이름이 하나 추가됐다. 바로 ‘금태’이다. 그물만 내리면 산더미처럼 잡혔던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한류성 어종으로 가을에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한류를 타고 내려오지만 지구온난화로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러시아로 올라간 명태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명태는 알로 만든 ‘명란젓’부터 술안주용 ‘노가리’(새끼 명태)까지 치어, 성어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탓에 어종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국내에 유통되는 명태는 2021년 기준 96.1%는 러시아산이다. 토종은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태가 진짜 ‘금태’로 불리게 생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세계 각국과 함께 러시아에 수입 제재를 하고 있다.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는 걱정 말라고 공언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것은 명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에도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생산 비중이 높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 중 니켈, 알루미늄 수급이 걱정이다. 구리도 문제다. 구리는 산업 전반에 안 쓰이는 곳이 없어 실물 경제 바로미터로 여겨지면서 닥터 코퍼(Copper·구리)란 별칭도 있다. 세계 각 나라는 현재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라도 구리를 구매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선철과 철스크랩, 합금철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출입 차질 등의 문제로 국내 업체들은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에너지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 LNG 공급난은 큰 사태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자 유럽은 가스와 전기요금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그 불똥은 국내로도 튈 수 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현실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P)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입 전체로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하지만 품목별로 보면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다수 있다. 수산물과 에너지 및 원자재가 그것이다. 우리 업계와 관련된 것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입처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지금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긴박한 상황이다. 일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 생선인 명태를 국민들이 저렴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어려움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국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이처럼 국가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켜졌을 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 명태가 ‘금태’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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