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는 건설사와 제조사의 '합작품'

불쏘시개는 건설사와 제조사의 '합작품'

  • 취재안테나
  • 승인 2022.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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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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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샌드위치 패널 전문가는 품질인정제도를 실시한다 한들 화재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가 내놓은 명분은 건설사가 저가 입찰제를 멈추지 않는다면 제2의 화재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수많은 화재안전사고가 일어나면서 그 원인으로 샌드위치패널이 지목됐고 비난의 화살들은 제조사로 향했다. 약 10년간의 개선 요구에도 품질 미달 제품을 생산해 온 샌드위치패널업계의 잘못이 분명하기에 취재원의 논리는 죄송스럽게도 개뼈다귀 같은 소리로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공정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건설사의 최저 낙찰제이지만 공사 곳곳에 많은 병폐를 남겼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군소 집단들로 이뤄진 샌드위치패널업체들에겐 과열을 넘어 출혈경쟁을 부추겼다. 그들은 1회베당 100~200원 차이에 가격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제 살을 깎아먹으면서도 피 튀기는 전쟁을 해온 것이다. 

감당하기도 힘든 저가에 수주를 해놓고 보니 저가면서 품질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곧 파산이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시험 성적서는 가장 좋은 품질로 실제 생산품은 차등 이하 것들을 만들어 공급했고 이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는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해 건축자재의 불연 성능을 확보하고 화재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지만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험 난이도를 높이고 사후 관리를 한다고 해서 수백 개가 넘는 샌드위치패널을 대대적으로 불시점검하는 등 그만한 인력과 통솔력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험성적서가 품질인정서로 단순히 이름만 바뀔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와 제조사가 저가 수주의 늪에 딥하게 빠진 상황 아래선 차등 이하의 것들은 재현돼 품질인정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단 것이다. 

사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합작해 결국 불쏘시개를 만들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 어쩌면 비난의 화살은 건설사와 제조사, 정부가 모두 맞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공적인 품질인정제 안착화를 위해서라도 원인부터 생각할 수 있는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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