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동관시장을 잠식해오던 저가의 베트남과 중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에 대해 덤핑 판정이 내려졌고, 수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수출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수용함으로써 10개월 여의 덤핑 이슈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동관시장이 정상화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무역위원회 조사과정에서 국내 업체들과 해외 업체들은 몇 가지 사실을 두고 입장을 달리했는데, 그 중에서 국내산 동관 품질에 대한 논쟁이었다. 해외 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제조 품질이 떨어지고 일부 특정 제품에 대한 양산기술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대형 가전사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정상적인 제품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특히 수입·수요자 11개사 가운데 8개사가 조사대상물품과 국내 생산품의 품질이나 소비자 평가가 동일하고 서로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개운치 않아 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정작 최대 수요업체인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품질 차이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이미 국내 기업이 납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가전사 두 곳에서 해외업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반덤핑 제소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갈수록 국내 수요를 저가의 수입 동관이 잠식하며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가전사들의 구매정책이 바탕이 됐다.
이번 덤핑 조사에서 해외업체들의 덤핑률은 9.98~41.99%로 나타났다. 구리가 가격이 높은 원자재 이고 이를 소재로 만든 동관 가격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는데, 평균 20% 수준의 덤핑이라고 한다면 그 가격 차이는 상당하다. 결국 가전사들이 이번 덤핑 판정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해진다. 국내산 동관 구매를 늘리거나, 비싸진 수입 동관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답은 두 가지로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