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보수의 대명사에서 혁신의 전도사로
”젊은 동국 대표하는 발탁 승진, 김연극 사장
성실과 준비로 샐러리맨의 궁극 희망 달성
동국제강의 전통 ‘노사화합’ 실제 주인공 중 하나
인생의 좌우명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지난해 7월 동국제강은 대규모 조직 개편과 함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슬림화로 업무효율을 향상시키고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사업본부 체제를 기능별 조직체제로 바꾸고 전략, 재경, 인재경영, 구매 부문을 실 급 조직으로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후판사업본부장이었던 김연극 전무가 새로운 사장(COO, 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에 선임된 것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유니온스틸이 아닌 동국제강 출신인 김 사장의 당시 나이는 57세였다. 통상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철강업계에서, 그것도 국내 3위의 대형 철강사 사장이라는 점에서 파격이었다. 특히 철강업계 내에서도 보수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동국제강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동국제강은 2015년 1월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으로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사에서 후판과 냉연판재류 생산까지 포함하는 복합 철강사로 거듭났다. 그때부터 단지 외형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대표적인 것이 오랜 노력 끝에 브라질에 일관 제철소를 건설해 일관제철 기업으로 거듭났다. 또 양 중심에서 기술과 품질을 아우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종전까지 상상도 못했던 철강제품에 브랜드 네이밍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생산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컬러강판 중 건축내외장재용 ‘럭스틸(Luxteel)’이다. 럭스틸은 지난 2016년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건축내외장재 부문’을 수상했다. 뒤 이어 가전용 컬러강판은 앱스틸(Appsteel)로 브랜드화 했다. 철강업계에서 브랜드 대상 수상은 진정 파격적인 일이었다.
동국제강의 또 다른 강점은 안정과 신뢰를 자랑하는 ‘노사(勞使)문화’에 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항구적 무파업 선언 이후 24년간 무교섭 임금타결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노사화합’은 동국제강 특유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으며 높은 경쟁력의 원천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동국제강 경쟁력의 가장 근간은 임직원들의 높은 충성도(로얄티)다. 중강(中强)기업으로 실리와 실속 있는 성장을 추구해 100년 영속기업을 향해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보수의 대명사에서 혁신의 전도사’로 변신한 동국제강의 변화를 주도하는 김연극 사장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Q. 동국제강의 경영 현안과 전망은?
A. 2018년에는 원자재, 부자재 등의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공정위 담합 조사,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부담이 가중되었다.
2019년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온실가스 규제 등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이후 통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중국 경기 둔화 조짐도 뚜렷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철강 시황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2019년 동국제강은 ‘수익 지향’의 경영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원부자재 등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적극 반영해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정부의 SOC 투자 확대로 건설 부문 철강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Q. 최근 조직개편의 목표는?
A. 3년 전 회사의 경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본부 체제로 변화를 시도했다. 사업부별로 독립성을 부여하고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그것이 성공해 이제 회사가 안정화 됐다. 이에 정상적인 기능별 조직체제로 환원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업본부별 총무, 기획 등 중복 조직을 일원화해 보다 강력한 의사결정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Q/ 제품별 판매 전략은?
A. 봉형강 부문은 2018년부터 건설 관련 지표들이 일괄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데다가 부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에 수익 창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내진철근, 내진H형강, 나사철근 등 내진강재의 점유율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냉연 부문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열연강판(Hot-Coil)과 냉연판재류 제품 간의 롤마진(이윤) Squeeze(압착)가 지속돼 작년에 2017년 대비 판매가 감소했다. 고급 건축 내외장재 ‘럭스틸(Luxteel)’과 고급 가전용 컬러강판 ‘앱스틸(Appsteel)’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예정이다.
후판은 작년부터 회복세에 들어선 국내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동국제강은 ‘로켓 납기 대응’이라고 불릴 만큼 신속한 압연/출하 능력과 2개의 다른 두께를 한 개의 제품에 구현하는 “유니 플레이트(Uni-Plate)”를 통해 조선용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조선용 후판 부문에서는 국내외 탈원전 정책 이후 해상 풍력, LNG인프라 사업 등의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Q. 브라질 CSP 현황 및 계획은?
A. 가동 3년차인 지난해 CSP는 생산/판매 모두 최대생산(Full Capa.)을 달성했다. 300만톤에 근접하는 실적을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국제 슬래브 시장의 강세와 미국 232조 규제의 반사 효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CSP 제철소가 철강 시황 변화에 상관없이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영업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제철소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고 있다.
CSP는 300만톤 생산/판매 체제 안정화와 영업이익 흑자 기조 유지를 2019년 사업목표로 설정했다. 2019년 CSP 제철소는 300만톤 이상 생산해 16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1억달러 이상의 영업 이익을 올릴 목표를 가지고 있다.
Q. 포항 2후판 공장 매각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A. 후판공장 매각과 관련해 복수의 해외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결정되면 추후 발표하겠다.
Q. 철근 가격과 특별할인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동국제강의 국내 철근 시장 점유율은 27% 정도다. 현대제철도 계열사 공급 분을 빼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 수익성은 기대 이하다. 심지어 업계 3위인 대한제강이 작년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반면에 수요가인 건설업계는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 수천억 원씩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 가격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이에 올해부터 기존의 건설사와의 ‘분기 협상’에서 ‘매월 고시’로 변경했다. 말 그대로 고육지책(苦肉之策)임을 건설사들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형 물량에 대한 특별 할인 제도는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 일이었다. 특히 제강사 간에는 물론 유통가공업체들과의 신뢰도 무너뜨리게 됐다. 결국 올해부터는 제강사들 스스로 특별할인 제도를 없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필로그)
김연극 사장의 첫인상은 ‘수수함과 성실성’이었다. 우리 철강인들이 동국제강에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했다.
1987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인천제강소 관리담당, 봉강사업본부장, 후판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영업과 생산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32년의 회사 생활 중 대부분을 관리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인사노무 부문의 경력은 21년에 달한다. 고로 인사노무 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국제강 근원 경쟁력 중의 하나인 ‘노사화합’을 일궈낸 장본인이 바로 김 사장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수수함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남다른 애사심에 노조도 마음을 열고 함께 해온 것이란 추정이 가능했다.
첫 직장인 해운회사에서 10개월 영업을 하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판단에 1987년 동국제강에 공채로 입사를 하게 됐다. 그는 당시의 그 선택에 감사해 왔다고 전한다. 특히 동국제강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크게 줄어든 봉급조차 아깝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철강 사랑은 1980년대 말, 철강산업이 사양산업 취급받고 얼마나 가겠는가라는 평판에도 그를 굳건하게 지탱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결국 그의 판단은 옳았다.
철강은 지속될 것이란 신념과 남다른 애사심, 그리고 성실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한 매사에 준비하는 자세, 그리고 끊임없는 미래와 환경변화에 대한 준비가 소위 ‘월급쟁이의 최고의 꿈’인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후배 철강인들에 주고 싶은 말이란 질문에 김 사장은 ‘사전에 준비하는 자세와 실행’을 강조했다. 앞으로 일어날 환경 변화를 본인의 업무와 연관시켜 미리미리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성실함과 좋은 인간관계 유지가 성공의 비결이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