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소재기술연구원 박철민 원장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친근한 금속인 구리(화학 기호 Cu)는 오래전인 신석기 시대 중기 이후부터 점차 사용되기 시작되어 청동기 시대에 널리 이용되었으나, 철기시대 이후에는 그 영광을 철강 금속에게 넘겨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구리는 약 10,000년 전에 금속으로서는 처음 사용되었고 인간이 가진 유일한 금속 소재였다. 현재 사용량에 있어서는 철강 소재가 산업의 큰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산업발전을 예상해 보았을 때 구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할까? 현 시점에서 구리의 활용 분야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미래 산업 발전에 있어서의 구리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함께 고찰해보자.
신석기 시대에서 인류가 구리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표면 또는 강물 가까이에 노출된 구리 광석을 통해 구리를 획득하여 처음에는 장신구와 같은 공예품 형태로 인간생활에 활용하였으며, 기원전 4000년경에는 인간에게 두번째 금속으로 금(Au)이 발견되고, 또 다시 1000년이 흘러 기원전 3000년전경에 이르러서야 은(Ag)과 납(Pb), 주석(Sn)이 합금화되기 시작하여 청동(구리와 주석의 합금)이 탄생하였으며 각종 도구, 무기, 갑옷, 장식용 물건에 사용되어 왔다.
현대에 이르러 구리의 용도는 Power Grid 44%, 전기∙전자∙정보통신 분야 14%, 교통 12%, 건설 20%, 기타 분야에 10% 로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재활용을 통해 나오는 구리의 양은 850만톤에 이르며 또한 100% 재활용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톤의 구리는 자동차 40대에 전장 기능을 제공하고, 휴대폰 100,000대에 전력을 공급하고, 컴퓨터 400대를 작동할 수 있게 하며, 3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필수 금속 자원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Reuters 자료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구리 소비량이 약 21kg가 사용되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약 40kg, 순수 전기차의 경우 83kg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한마디로 자동차가 더욱 친환경 차량으로 발전할 수 록 더 많은 구리가 요구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구리의 가장 중요한 용도로는 미래로 다가가는 전기차의 배터리와 각종 전장부품 및 첨단 정보통신과 전기∙전자분야에서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 특성으로 전기차의 커넥터 및 2차전지 배터리의 부스바 및 음극소재, 그리고 차량 및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방열 플레이트와 같이 전기와 정보를 전달하면서 더불어 부품 작동에 의해 발생되는 많은 열을 빠른 열전달 능력을 통해 온도를 낮추는 방열(放熱)기능으로 IoT 및 전기∙전자부품의 성능 유지에 필수적인 금속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전기∙전자∙정보통신 시대를 맞이하여 구리는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열 전달특성으로 다시금 주류 소재로의 부활 시기가 다가왔으며 앞으로 더욱 그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온 조건에서 구리의 전기 통전 능력을 다른 금속 소재와 비교해 보면, 순수한 구리의 전기전도도를 100%로 산정 시 은(Ag)은 구리 대비 약 105%, 금(Au) 약 75%, 알루미늄(Al) 약 64.9% 의 순서로 나타나며, 열을 전달하는 능력도 전기전도도와 비례하여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와 같이 다량의 전기와 열을 신속히 전달하는 능력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은, 금에 비해 구리는 매우 경제적인 소재이며 산업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강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구리를 제조하는 신동산업의 동합금 제조기술은 인장강도를 철강에 육박하는 900 ~ 1000MPa(1GPa) 수준까지 향상시키면서도 전기전도도는 순동 소재의 40% 수준을 구현하는 정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순수한 구리가 가지고 있는 전기전도도 및 열전도 특성을 상당히 유지하면서도 강도는 철강 소재수준으로 향상시켜 강도와 전기전도도라는 완전히 반비례 관계에 있는 특성을 동시에 향상 구현하는 기술로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양수겸장(兩手兼將)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동합금을 구성하는 성분에 있어서도 친환경 시대에 맞춰, 베릴륨(Be), 납(Pb), 카드뮴(Cd) 등의 유해한 금속을 포함하지 않은 합금 성분 특성을 구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의 IoT 및 전기∙전자부품 산업의 발전속도는 사용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히 발전하고 있다. 또한 금년부터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차량", “로봇제어” 분야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대용량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고성능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들과 관련 센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부품 등 많은 전자부품들이 하나의 부품에 집적되거나 모듈화되어 결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자부품들의 발전에 있어서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발열문제”이다.
약 2년 전 문제가 되었던 고성능 스마트폰의 경우 연산장치에 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의 급격한 성능 향상에 따라 발생되는 발열문제가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아 소프트웨어적으로 AP 성능을 억제한 GOS(Game Optimization Service)를 적용해 큰 논란이 있었으며, 최근 출시된 신형 스마트폰 또한 발열문제가 많은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자부품의 성능 향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기되리라 예상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다양한 방열 소재를 응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구리는 뛰어난 방열성으로 현재도 이러한 분야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전자부품의 성능향상과 더불어 산업전반에 지속적으로 확대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Covid-19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 상황에서 구리가 우수한 항균성 뿐만 아니라 항바이러스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관련 연구도 꾸준히 시작되고 있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경험적으로 구리를 항균 소재로 사용해 왔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구리를 식수 용기로 사용하거나, 감염 상처 치료 등에 구리를 사용한 바 있다. 현대에 있어 이러한 구리의 항균 및 항바이러스 특성은 향후 다시 인류를 공격해 올 수도 있는 미지의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친환경 항균 금속 소재로 다시금 각광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화두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활동에서 강조되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사람과 환경에 모두 최선을 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모든 부문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기업들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경영을 통하여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므로, 통전 및 방열 소재로써의 구리의 역할은 더욱 발전될 것이며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 금속 소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미래에도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위해 구리에 대한 더욱 많은 응용분야 개발과 우수한 특성을 향상할 수 있는 제조기술을 발전시켜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리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 지원과 산·학·연의 공동노력이 필요할 것이다.